편집력에 대해서 강조하는 책을 읽고 나서 '아 맞다 내가 읽지 않았던 책중에 이런 책이 있었지.'가 생각나서 읽기 시작했다. 저자의 다른 책도 읽다가 너무 길어서 중단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고 자부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저자는 본인이 아저씨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 감성으로 글을 썼는데, 그래서 차라리 거부감이 덜 했다.
감성이 약간 올드한 거 말고는 책을 서술하는 데 있어서 사용하는 방식이나, 내용을 짜내는 방식이 내 스타일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특히 여러 단어와 용어들의 한국어 번역과 원문의 의미를 비교하면서 논지를 이어나가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편집이라는 용어를 창조에 빗댄 것은 당연히 좋았지만, 자극 – 정보 – 지식 – 메타지식의 도식화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방식의 설명을 듣고 나니 마음속에서 막연히 생각만 하던 것들이 정돈이 되는 것이 있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극을 듣고 넘기지만, 훌륭한 편집자는 자극을 보고 이것을 데이터베이스화한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책이 처음 나왔을 적(초판 2014)에 서점에서 제목을 보고 에버노트에 제목만이라도 기록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그 기록이 없었더라면 직전에 읽었던 책에서 기획력이나 편집력이 필요하다는 대목을 읽었더라도 이 책을 찾는 데 상당시간을 소비했거나, 아예 이 책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수도 있었다. 데이터베이스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다. 에버노트, 원노트를 전전하던 나는 지금은 노션을 사용하고 있다. 약간 무거운 편이기는 하지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는 노션이 장점이 있다.
그리고 데이터와 지식을 평가하는 기준 중에 편집 가능성을 드는 것 역시 신선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데, 기존에 있던 지식을 새로운 관점(Perspective)으로 편집하여 내는 것이 창조이기 때문에, 편집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창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좋은 글에 대한 정의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잘 짜인 글은 소위 말해서 재미가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이 책의 관점대로라면 읽는 사람, 듣는 사람에게 편집 권한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정서적, 자극적, 때로는 모순적 내러티브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오래오래 편집되면서 생명력을 얻는다. 듣는 이들의 적극적인 해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심리학 전공의 교수였기 때문에 중후반부에는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프로이트, 칼 융 등의 이야기를 편집 가능성의 관점에서 평가하기도 했는데 이 부분은 내가 가타부타할 능력이 되지 않는 거 같아서 그냥 가볍게 읽었다.
결국 AI의 시대에서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편집의 능력은 앞으로 계속해서 필요성이 증대될 것이다. 그래서 (Chat GPT를 포함한) AI 관련 책을 읽은 직후에 이 책의 이름이 다시금 생각났던 것이다. 편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은 그 자체로 권력이거나, 새롭게 나타나는 권력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과 같다. 내 자신을 계속 편집하면서, 나를 설명하는 나만의 편집 방식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된다.
독서일 : 2024.01.22.
개인적 평점 4.0 (4.1) / 5.0
이 책을 읽게 한 책
-> GPT 제너레이션
https://pyoborn.tistory.com/35
-> 거인의 노트
https://pyoborn.tistory.com/50
이 책을 읽고 다음에 읽을 책
-> 세컨드 브레인
https://pyoborn.tistory.com/47
-> 창조적 시선 (기존에 읽다가 중간에 하차했었다.)
-> 피로사회
https://pyoborn.tistory.com/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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