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스트리밍 관련 서적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를 읽고 작년에 읽었던 책이 생각나서 다시 읽었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은 일본 작가 이나다 도요시의 책인데, 지금 전반의 트렌드를 잘 찾은 책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의 문화 소비 트렌드를 잘 관찰했다고 보인다. 빨리 감기로 영화, 드라마를 보는 유형을 자세히 분석했고, 이 행동의 의도를 잘 분석했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이러한 행동이 나타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으로부터 유발된 컨텐츠의 홍수일 것이다.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컨텐츠가 바다처럼 쌓여있는데 아껴서 감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요즘 세태는 유행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유행하는 컨텐츠를 가지고 대화에 참여하려면 배속이나 건너뛰기, 심한 경우 유튜브 요약본으로라도 작품을 ‘섭취’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이 되는 편인데, 한국에서 유행하는 드라마만 해도 엄청나게 양이 많다. 이것을 다 따라가면서 보는 것만 해도 꽤나 피곤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영화는 보지만 드라마는 너무 길어서 아예 안 보는 편인데, 누군가에게는 이 유행을 따라가고 싶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이러한 마인드가 생긴 것을 ‘시간 가성비’ 문화 때문이라고 정리한다. 시간을 분초단위로 쓰면서 시간에도 가성비를 챙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 컨텐츠 홍수와 함께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 컨텐츠를 감상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소비하고, 정보 수집하는 관점으로 보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 배속을 해서 보는 것은 영화를 해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 한해서는 최대한 집중해서 배속과 건너뛰기 없이 보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나는 유튜브 영상의 경우 1.5배속 아래로 보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배속을 자주 이용한다. 나에게는 유튜브 영상은 소비해야 할 영상물이고 영화는 감상의 대상이라면, 누군가에게는 영화 사이에서 이 경계가 나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이런 트렌드에서 제대로된 감상이 나올 수 있을까,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배속이나 건너뛰기를 통해서 다 따라올 수 있을까 같은 의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최근 유행하는 애니메이션에는 등장인물이 점점 더 많은 대사를 통해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대사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한다. 함의를 담은 컨텐츠가 점점 줄어들지도 모른다.
실제로 책은 마지막에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컨텐츠가 점점 나올 것이고, 그런 컨텐츠 제작자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는데,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점점 더 걸작이라고 말할 영화는 줄어들고, ‘소비재’로서의 영상물만 많아지지 않을까 초보 시네필로서 걱정이 되는 마무리였다.
독서일 : 2023.08.01 ~ 2023.08.11, 2024.01.23. ~ 01.24
개인적 평점 4.0 (4.1) / 5.0
- 저자
- 이나다 도요시
- 출판
- 현대지성
- 출판일
- 2022.11.10
이 책을 읽게 한 책
->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
https://pyoborn.tistory.com/40
서평 -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를 읽었다. 2022년에 미국에서 출판되었고, 한국에는 2023년에 출간되었다. 원제는 'Binge Times: Inside Hollywood's Furious Billion-Dollar Battle to Take Down Netflix'인데, 한국어로 ‘bi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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