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영화를 그렇게 많이 보는 편이 아니었던 나는 작년에서야 영화를 많이 보기 시작했다. 실제로 2022년까지 본 영화는 100편을 넘지 못했고, 2023년에는 영화를 100편 넘게 봤기 때문에 작년 한 해동안 평생 본 영화보다 많이 봤다고 할 수 있겠다. 올해 드디어 인생에서 본 영화가 200편이 넘어서, 개인적으로 별 다섯 개를 준 영화에 대해 가볍게 정리하고 가고자 한다. 200편을 보는 동안, 별 다섯 개를 준 영화는 6편에 불과했고, 별 네 개 반을 준 영화들도 32편 정도니까 높은 평점을 그렇게 뿌리는 유형의 관객은 아닌 듯하다. 당연히 아직 200편밖에 영화를 보지 않은 초짜 관객이니까, 이런 사람도 있다 정도로 보고 가면 될 것이다.
다크나이트 (2008)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를 만점 영화로 뽑았다. 사실 만점 영화 중에서 가장 최근에 본 영화다. 부끄럽게도 2023년에서야 이 작품을 재개봉으로 처음 보았다. 보자마자 왜 이렇게 유명한 작품인지, 히어로 영화의 정점으로 불리는 지도 알 수 있었다. 놀란이 플롯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히어로 영화에서는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이 되기 십상인데, 다층적인 인간관계와 플롯을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 참신함을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윤리적 딜레마와 아이러니를 다루는 것 역시 좋았다. 그렇게 생긴 긴장감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풀 수 없었고, 말 그대로 손에 땀을 쥐는 경험을 했다.
라라랜드 (2016)
많은 사람에게 인생 영화이기도 한 '라라랜드'에 나 역시도 별 다섯개를 부여했다. 뻔한 뮤지컬 로맨스 영화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있는 감정에 진심이 느껴져서 좋았던 영화였다. 영화의 영상미는 매우 훌륭하고, 특히 오프닝 씬과 엔딩 씬이 탁월하다. 오프닝씬은 LA라는 배경에 관객이 바로 빠져들게 만들고, 엔딩씬에서는 영화에서 흩뿌려진 감정들을 모두 갈무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여운이 남을 수밖에 없는 영화다.
프렌치 디스패치 (2021)
웨스 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를 또다른 만점 영화로 뽑았다. 일반적으로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이 영화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프렌치 디스패치가 더 취향에 맞았다. 영화의 시작과 끝이 이어지는 닫힌 구조,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기록을 남기는 여정이 나에게는 뜻깊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웨스 앤더슨 감독답게 영화의 영상미나 독창적 스토리텔링 역시 훌륭하고, 잡지 안의 각각의 이야기들 역시 예술, 사회, 가족 등등에 대한 훌륭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더 좋았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생각이 날 때마다 보는 작품이다.
https://pyoborn.tistory.com/57
드라이브 마이 카 (2021)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 역시 만점으로 꼽았다. 2~3번 정도 봤는데, 언제 봐도 감동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감정적인 깊이를 깊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상실과 그에 대한 회복이라는 주제의식을 좋아하는 취향이 있는데,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이 부분에 있어서 탁월한 묘사를 보여준 영화이다. 겨울이 되면 항상 이 영화가 생각이 난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특히 긴 리뷰를 작성하고 싶은데, 아직은 내 깊이가 부족한 거 같아서 자꾸만 미루게 된다.
헤어질 결심 (2022)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내 여태까지의 만점 영화 중에서 유일한 한국 영화다. 어떻게 보면 탑건:매버릭과 함께 내가 이렇게 영화를 보는 것에 빠지게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영화를 천 편 이상 본 지인의 강력한 추천을 받아서 보게 되었는데, 정말 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예술적인 감각이 있는 사람도, 감성이 충만한 사람도 아니지만 그 부분을 정말 잘 찌른 영화고, 나 같은 무식자에게도 영상미가 뭔지, 미장센이 뭔지 알려주는 영화였다.
헤어질 결심은 두 주인공의 감정선이 마치 엇갈린 두 줄의 징검다리처럼 놓여있는데, 관객은 그 징검다리를 왔다갔다하면서 서서히 영화에 빠져드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기계 번역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다소 불완전한 소통을 이어가는데, 내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입장이어서 그 불완전한 소통과 그로 인해 유발되는 사랑의 시차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점이 정말 행운으로 여겨지는 작품이었다.
https://pyoborn.tistory.com/56
애스터로이드 시티 (2023)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프렌치 디스패치'와 마찬가지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이다. 아무래도 나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에서 보이는 영상미와 스토리텔링을 많이 좋아하나 보다. 복잡한 다중 액자 구조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게도 이 구조가 눈에 들어왔고, 그 안에 있는 주제 의식 역시 나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이미 긴 리뷰를 작성해서 간단하게 글을 써보자면, '상실에 대한 회복, 메마르지만 진심 어린 위로'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정말 여러 번 관람했으며, 자꾸 생각이 나는 작품이다.
https://pyoborn.tistory.com/2
이렇게 별 다섯 개를 준 작품들에 대해 간단한 리뷰를 적어보았다. 다음은 별 네 개 반을 준 영화들의 제목들이다. 빨리 언급된 영화일수록 최근에 본 영화이다.
노 베어스
사랑은 낙엽을 타고
이니셰린의 밴시
파벨만스
괴물 (2023)
플라워 킬링 문
블랙 스완
오펜하이머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엘리멘탈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인셉션
바빌론
애프터썬
레 미제라블 (2019)
피닉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더 파더
업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그래비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테넷
인터스텔라
탑건: 매버릭
머니볼
기생충
덩케르크
타짜
세 얼간이
토이 스토리 3
타이타닉
올해 안에 300편, 400편을 볼 때마다 이런 글을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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