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의 한국 영화 중, 개인적인 Top 5를 뽑아보려고 한다. 개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으며, 보지 못했던 작품들도 있기 때문에 그냥 참고만 하면 좋을 것 같다.
5위 : 서울의 봄 (12.12: The Day) - 김성수 감독
2023년에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은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을 5위로 뽑았다. 이 영화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인 1212 군사반란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플래시백 없이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단순히 오락적인 것만은 아니라, 중간중간 이 영화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임을 일깨워주며 관객들에게 숙연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영화는 큰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배우와 제작진의 노력이 뚜렷이 드러난다. 주연 배우인 황정민과 정우성은 선과 악의 대립을 인상적으로 연기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 단역, 특별 출연한 배우들까지 모두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기 때문에, 많은 인물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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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 콘크리트 유토피아 (Concrete Utopia) - 엄태화 감독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4위로 뽑았다. 2023년 여름, 한국 영화의 텐트폴 라인업 중 마지막으로 개봉한 이 영화는 디스토피아 상황 속 인간 내면을 탐구하는 재난 영화로, 한국적인 디스토피아를 아파트라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통해 표현했다. 특히 오프닝 시퀀스의 탁월함이 돋보였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상황 속에서 인간성의 다양한 면모를 균형 있게 조명한다. 배우들은 재난 상황에서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섬세하게 연기해 내며, 이병현은 평범한 가장에서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물로의 변화를 뛰어나게 표현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래서 많은 수상 실적을 얻기도 했다. 박보영의 캐릭터에 대한 비판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배경과 전사를 고려했을 때 행동의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보는 편이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다시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3위 : 비밀의 언덕 (The Hill of Secrets) - 이지은 감독
이지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비밀의 언덕>를 3위로 뽑았다. 이 영화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 명은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의 성장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성장 영화이다. 명은은 글쓰기를 좋아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로, 그녀의 다양한 경험을 통한 성장이 영화의 중심을 이룬다. 하지만 성장 영화로서의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비밀의 언덕>은 두 가지 주요 측면에서 눈길을 끕니다. 첫 번째로, 명은의 성장 과정을 현실적이고 감동적으로 담아내며, 가족 간의 갈등과 그 해결 과정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두 번째로, 창작과 예술에 대한 가치를 강조하며, 명은이 글쓰기를 통해 창작의 의미와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발견하는 과정을 매력적으로 표현한다. 이 영화는 창작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나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초등학생이었던 이들에게 특별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지은 감독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2위 : 너와 나 (The Dream Songs) - 조현철 감독
조현철 감독, 배우로서의 명성을 넘어 장편 데뷔작 <너와 나>로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 영화를 2위에 올렸다. 박혜수와 김시은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여러 요소들을 은유적으로 접근하여 탐구한다. 영화는 고등학생들의 현실적이면서도 진정성 있는 연기를 통해 슬픔을 세련되게 표현하는데, 특히 박혜수와 김시은의 연기는 앞으로 이보다 더 뛰어날 수 있을지 의문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인상적이다. 스포일러 없이 말하자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출과 은유를 통해 사랑과 우정 사이의 갈등 및 감정의 동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비밀의 언덕>과 마찬가지로, 조현철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작품이었다.
1위 : 거미집 (COBWEB) - 김지운 감독
1위는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으로, 70년대 영화 세트장을 배경으로 한 소동극이다. 이 작품의 중심은 영화감독 김열(송강호 분)이며, 자신의 영화가 평단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 김열은 <거미집> 영화를 다시 찍어 결말을 변경한 뒤, 평단의 인정을 받고자 한다.
<거미집>은 영화 내외부의 세계가 상호작용하며, 감독의 열망과 영화 제작 과정의 긴장감을 유머와 시니컬함으로 풍부하게 묘사한다.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정수정 등의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작품 속 70년대 영화 <거미집>은 극중극 형태로 표현되며, 한국 고전 영화 <하녀>와 히치콕의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롱테이크로 촬영된 극중극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촬영장의 혼란과 긴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 영화를 '코리안 코믹 바빌론'이라 부르고 싶다. 영화 <바빌론>처럼 영화 촬영장의 혼란을 그리고 있지만, <거미집>은 더 코믹하게 접근한다. <바빌론>과 마찬가지로, <거미집>도 매우 재미있다.
추석 시즌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실패한 <거미집>은, 영화의 시니컬한 성격과 블랙코미디가 추석에 개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어, 취향에 맞는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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