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Review

<영화 리뷰> 거미집

표본실 2023. 12. 31. 07:24
728x90

 
거미집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 딱 이틀이면 돼!” 1970년대 꿈도 예술도 검열당하던 시대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감독(송강호)은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의 새로운 결말에 대한 영감을 주는 꿈을 며칠째 꾸고 있다.그대로만 찍으면 틀림없이 걸작이 된다는 예감, 그는 딱 이틀 간의 추가 촬영을 꿈꾼다.그러나 대본은 심의에 걸리고, 제작자 백회장(장영남)은 촬영을 반대한다.제작사 후계자인 신미도(전여빈)를 설득한 김감독은 베테랑 배우 이민자(임수정), 톱스타 강호세(오정세),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정수정)까지 불러 모아 촬영을 강행하지만, 스케줄 꼬인 배우들은 불만투성이다.설상가상 출장 갔던 제작자와 검열 담당자까지 들이닥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는데…과연 ‘거미집’은 세기의 걸작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평점
6.5 (2023.09.27 개봉)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크리스탈, 박정수, 장영남, 김민재, 김동영, 김재건, 장광, 정인기, 장남열, 정기섭, 김중희, 김문학, 정우성, 엄태구, 염혜란, 강채영, 차서현, 이양희

관람일 : 
2023.09.27. 
2023.10.06. 
2023.12.30. (넷플릭스)


개인적 평점 4.0 (4.1) / 5.0

 

2023년 12월, 넷플릭스에 <거미집>이 공개된다고 해서 다시 한번 감상하고 리뷰를 작성한다.  올해 추석 시즌을 노리고 나온 한국 영화 세 편, <천박사 퇴마 연구소>, <1947 보스톤>, <거미집> 중에서 나는 거미집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은 70년대 영화 세트장을 좁고, 유일한 배경으로, 영화를 재촬영하는 상황에서의 좌충우돌을 묘사한 소동극이다.

영화의 중심에는 열등감을 안고 있는 영화 감독 김열(송강호 분)이 있다. 그는 자신의 영화가 평단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으며, <거미집>을 통해 그 인정을 얻고자 한다. 하지만 주변에는 그를 진심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 표면적으로 지지하는 인물도 알고 보면 본인의 욕망이 더 가득 찬 모습을 보인다. 결국 감독의 욕망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본인 한 사람뿐인 상황에서 여러 압박과 문제 되는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이 긴장감과 재미를 유발한다. 

이러한 갈등은 영화 안의 세계와, 영화 밖의 세계가 상호작용하는 느낌인데, 이러한 안팎의 비교와 대조가 제4의 벽을 뚫어서 상호작용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서 더 재밌었다. 영화 밖의 욕망이 영화 안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영화 안의 상황이 영화 밖의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잘 보였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속에서도 영화 촬영은 이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만들어져야 한다.’의 작품 속 구호가 영화에 막 빠지기 시작한 내 입장에서 재밌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유머가 정말 취향저격이었는데, 블랙코미디적인, 그리고 약간은 시니컬한 유머가 재밌었다. 그리고 몇몇 대사가 정말 웃겼는데, '평론은 예술가가 되지 못한 자들의 예술가에 대한 복수다.', '넌 사랑이 많아서 탈이다.' 등등의 대사들이 특히 찰지게 느껴졌다. 

작품의 구조는 영화를 재촬영하는 상황을 묘사하면서, 극중극 <거미집>의 내용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는데, 70년대 특유의 후시녹음으로 된 영화를 배우들은 탁월하게 연기했다. 특히 임수정 배우의 극중극 연기가 정말 대단했다. 오정세, 정수정 배우는 작품 겉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역시 오정세는 코믹한 연기에 확실히 강점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고, 정수정은 이제 크리스탈이 아니라 배우라고 봐야겠다고 느꼈다. 

극중극 <거미집>은 고전 한국 영화 <하녀>와 히치콕 감독의 작품들을 모티브로 삼은 거 같았는데, 모티브로 된 영화를 자세히 본 적은 없지만 그 자체로 재미가 있는 영화였다. 영화 속 김열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들 사이의 욕망이 대폭발 하는 영화라고 했는데, 그것이 잘 묘사되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역시 롱테이크로 극중극 영화 <거미집>을 촬영하는 대목이다.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촬영장이라는 작은 배경 안에서 긴장감을 부여하는데, 그 결과물까지 보여주면서 영화는 긴장감을 훌륭하게 묘사한 뒤에 해소한다.  

이러한 부분이 나에게는 '코리안 코믹 바빌론'으로 여겨졌다. 영화 <바빌론>과 같이 영화 촬영장의 좌충우돌을 묘사한 영화인데, 조금 더 코믹하게 그려진 것이다. <바빌론>이 나에게 재미있었듯이, <거미집> 역시 상당히 재밌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흥행에서 참패를 거두었다. 추석이라는 대목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31만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하는 것으로 박스오피스를 마무리 지었는데, 아무래도 추석 시즌의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이 아니었기도 했고, 예고편만 봐서는 작품이 예상이 가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외면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면서, 더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거미집>의 매력을 발견하고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리뷰를 썼다. 작품의 대사를 빌리자면, '이런 영화는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