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상실》은 그동안 주로 다루지 않았던 ‘모호한 상실’을 정의하고, 그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어떠한 마음을 가지며 이러한 고통을 헤쳐나가고 다시 살아갈지에 대한 메세지를 전하는 책이다. 책 추천사에 이국종 선생님도 있어서 일단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상실의 조건을 실체적 상실과, 심리적 상실로 구분하며, 둘 다 상실된 경우는 분명한 상실이라고 한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이 부재할 경우, 이것은 모호한 상실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실종되었는데 현실에 존재한다고 인식하는 상황, 사랑하는 이가 치매 등으로 인해 온전히 못한 정신상태가 된 상황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호한 상실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하고 우울과 불안을 야기하며, 또는 관계에 있어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상실의 핵심은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은 상황 자체를 부정하거나 모든 것이 사라진 것으로 생각하는 등의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모호한 상실에서 오는 슬픔은 휘발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응고‘된다.‘라는 표현이었다.
개인적으로도 20년 넘게 마음에 새기고 있던 ’모호한 상실‘이 있던 사람이어서 더더욱 책의 내용의 공감이 갔다. 운이 좋게도 나는 이 책을 만나기 전부터 약간은 응고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그 응고가 약간이나마 더 단단해진 것 같아 마음에 큰 응원을 받은 기분이었다.
설령 아직 모호한 상실로부터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도, 책을 읽으며 자기 안의 슬픔을 바라보며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특정 감정에 대해서는 감정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며 자신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며, 특정 부분에 대해서는 단순히 편안해지려는 노력 자체가 도움을 준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의 감정은 양가성을 벗어나기 어려운데, 결국 본인의 상반된 감정 자체를 인식함으로써 이 양가성에 대해 대처할 수 있다. 세상은 마냥 논리적이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유토피아가 아니다. 누구든 언젠가는 상실을 겪을 것이고, 그 상실은 분명한 경우도 있을 것이지만, 애매모호한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누구든 겪을 그 애매한 상실에 대해 편안함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더 큰 상실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책의 후반부를 꽤나 인용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우리 모두는 모호한 상황에서 명확함을 얻기를 바란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그러하듯, 이 시도는 실패할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에 빠졌을 때, 우리에게 남겨진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모호한 상실을 감수하면서 살아갈 것인가이다. 우리 각자의 답은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는 법이다.‘
이 책을 읽은 모두, 좁게는 이 글을 읽을 몇 안 되는 사람들이 계속된 질문을 통해 평안을 얻을 수 있기를.
독서일 : 2023.08.30. - 2023.09.04.
개인적 평점 4.5 (4.6) / 5.0
이 책을 읽고 다음에 읽을 책
-> 생각중독 https://pyoborn.tistory.com/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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