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Review

<영화 리뷰> 나의 올드 오크 (The Old Oak)

표본실 2024. 1. 2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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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 감독의 '나의 올드 오크(The Old Oak)'를 봤다. 영국의 낙후된 폐광촌에 시리아 난민이 들어오게 되었을 때, 마을에 얼마 남지 않은 펍 중 하나인 ‘올드 오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조금 더 많았던 영화였다. 

작품 속의 메시지는 확실하다. 역경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공동체 정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그것을 명확하고, 때로는 장황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불호가 심한 포인트였다. 계속해서 대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다 보니, 다소 교조적으로 다가왔다. 다소 한쪽 편에 유리하게 나온듯한 등장인물 설정들 역시 이러한 부분을 가중시켰다. 평을 찾아보니 켄 로치 감독의 영화는 원래 성향이 확실하고 이런 메시지가 강한 영화라고는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특히 그 부분의 단점이 드러난 영화라고 하더라. 다른 영화는 기회가 되면 찾아봐야겠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영화는 영국 북동부 마을로 추정되는 폐광촌에 시리아 난민들이 버스에서 내리면서 시작한다. 작품의 시간 배경 등을 고려했을 때, 시리아 난민으로 발생한 난민들로 보인다. 굳이 축구 유니폼을 입은 한 남자가 난민들 중 주인공인 야라에게 시비를 걸고, 카메라를 망가뜨리는데, 너무 인공적인 차별을 위한 캐릭터여서 시작부터 영화를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영화는 막연히 난민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그들과 어울리는 사람들을 마냥 나쁘다고 묘사한 것만은 아니다. 기존의 폐광촌 사람들 역시 살기 팍팍함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왜 영국의 부촌(런던 첼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다.)에는 난민을 데려다 살게 하지 않으면서 이곳에만 살게 하는지 불평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같은 광산 노동자의 아들인 찰리와 TJ 중에서 왜 한 명은 난민에 반대하고 왜 한 명은 난민을 포용하는지 영화는 여전히 잘 설명하지 못한다. 단순히 폐광 시점의 연대가 난민과의 연대와 이어진다는 TJ의 의식은 설득력이 그다지 다가오지 않는다. 기존 거주민들 간의 갈등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찰리를 비롯한 펍 단골들은 계속해서 나쁜 사람인 것만을 묘사하고 TJ는 계속해서 선한 모습인 것만을 묘사한다. 관객은 이 점이 보이는 순간 영화가 한쪽 편을 심하게 들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펍 페이스북 페이지에 인종차별성 이야기를 올리는 것을 펍 주인인 TJ가 보는 장면은 너무 작위적이었다. 지역에 몇 개 남지도 않은 펍 중에서, 주인과 단골들 모두 엄청나게 늙은 펍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테러를 가하는 것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인공적인 이야기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영화는 을과 또 다른 을의 대립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결국 ‘연대 하는게 낫지 않겠니?’ 정도의 스탠스로 마무리가 된다. 난민을 반대하던 주민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야라의 아버지의 죽음 소식에 다 같이 애도하러 오는 모습이 영화의 끝에 나오는데, 아니 그래서 왜 갑자기 연대하는지 관객은 이해하기 어렵다. 

영화에 나온 메시지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볼 이유가 하나도 없으며, 이 영화에 나온 연대, 공동체 의식을 평소에 지지하는 사람이라도 영화가 흘러가는 것에 물음표를 띄우기 쉬울 영화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작품의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고, 영국의 현실을 보여준 점은 이해가 갔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메시지를 담는 도구가 아니다.’라는 말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영화였다. 

 

 

 

 

 

관람일 2024.01.23.

개인적 평점 2.5 (2.7) / 5.0

 

 
나의 올드 오크
영국 북동부의 폐광촌에서 오래된 펍 ‘올드 오크’를 운영하는 ‘TJ’는 어느 날 마을로 들어선 낯선 버스에서 사진작가가 꿈인 소녀 ‘야라’를 만난다 마을 주민들은 불쑥 찾아온 ‘야라’네 가족과 다른 사람들을 반기지 않지만 ‘TJ’와 ‘야라’는 ‘올드 오크’에서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는데··· “중요한 건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거야”
평점
9.0 (2024.01.17 개봉)
감독
켄 로치
출연
데이브 터너, 에블라 마리, 로렌조 맥거번 자이니, 데비 허니우드, 트레버 폭스, 콜 테이트, 크리스 고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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