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영화 "델마“를 씨네큐 신도림 그린나래미디어 기획전에서 보고 왔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The Worst Person in the World)>를 찍은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연출이었다고 한다. 두 영화가 참 다른 스타일인데 이렇게 영화를 다르게 찍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굳이 따지면 초자연 스릴러 영화라고 정리가 되는 듯하다. 델마라는 종교적으로 굉장히 엄격한 가정에서 자란 대학생 델마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델마가 대학생활에서 겪는 변화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사실 영화가 공포 주제인지를 모르고 있어서, 단순히 사회적인 고발영화인줄 알고 보고 있었기 때문에, 공포 영화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할 때 굉장히 놀랐다. 델마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그래서 그걸 아는 델마의 부모는 델마를 계속적으로 억압해왔다. 이 부분은 영화 오프닝씬에서 어린 델마를 죽일까 순간 고민하는 델마의 아버지의 모습에서 처음 제시가 되고, 중후반부에는 이 고민을 하게 만든 델마의 초자연적인 능력을 직접 보여준다. 델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고, 여러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깨닫는 것이 영화의 중심이야기이다. 영화의 초반에 매우 큰 범위의 줌 인으로 델마를 보여주고,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마찬가지로 매우 큰 범위의 줌 아웃으로 델마를 보여주다가 대학의 풍경을 보여주는데, 마치 델마의 전지전능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전반적으로 영화를 재밌게 본 이유는 연출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주인공 델마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연출을 통해 재밌게 보여준다. 물론 이 과정에서 광과민성에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위험한 장면(영화 시작에 경고 문구가 나온다.)이 있었지만, 나는 그 문제가 있지는 않아서 영화의 긴장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주인공을 연기한 에일리 하르보 역시 훌륭한 연기로 자신의 능력에 혼란을 느끼는 역할을 잘 연기했다.
전지전능한 능력이 있음에도 영화의 중반부까지 주인공은 계속 의료적인 접근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그 부분 역시 상당히 빌드업이 좋다고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주제의식은 마녀사냥을 뒤집은 느낌이 들었다. 현대화된 마녀사냥의 방식, 그리고 그것에 대처하는 주인공 델마의 그것을 넘어서는 대처를 볼 수 있었기에, 마녀사냥을 더 이상 당하지 않고 이겨내는 현대 여성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굳이 델마의 아버지가 불타서 죽는 것은 중세 시대의 화형을 거꾸로 갚아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재밌었는데, 약간 아쉬웠다면, 작품을 다 본 입장에서 델마와 초자연적인 현상들의 연결이 그렇게 잘 이어지지는 않았던 거 같다. 그래서 영화를 보던 중간에 굉장히 놀랐던 것 같다. 조금 더 논리적인 연결고리를 줬다면 더 흥미롭게 영화를 볼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재밌는 작품이었다.
관람일 2024.01.16.
개인적 평점 3.5 (3.6)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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