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서평 - 헤어질 결심 각본

표본실 2024. 3. 16. 21:25
728x90


‘추락의 해부’ 각본집을 받게 된 후에 읽어보려고 했으나, 프랑스어의 압박이 너무 심해서 일단 덮은 후에 무엇을 읽을까 하다가, ’헤어질 결심‘의 각본집을 다시 읽었다. ‘헤어질 결심’의 경우 종이책을 구매한 것은 아니고, 밀리의 서재에서 읽게 되었다. 언제 읽어도 계속 감동을 주는 훌륭한 각본집이다. 맨 처음 읽었던 것은 영화를 2회차로 보기 직전에 읽었고, 그 이후에는 생각날 때마다 띄엄띄엄 더 읽었다.

크게 보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점과 비슷하다. 
 
헤어질 결심 영화 리뷰 : https://pyoborn.tistory.com/56

<영화 리뷰> 헤어질 결심 (Decision to Leave)

개봉 영화를 그렇게 많이 챙겨보지 못해서, 오랜만에 예전에 봤던 영화를 리뷰해보고자 한다. 원래 나는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었으나, 재작년에 어느 여름날, 영화를 천 편 이상 본 지인의

pyoborn.tistory.com

 
하지만 영화를 보는 것보다, 각본집이 주는 의미가 있다. 텍스트는 이미지보다 명확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막연한 느낌으로 주었던 인상을, 암시적으로 주었던 이미지를 텍스트는 확실하게 규정해서 알려준다. 어떤 매체를 영상으로 보고, 관련된 각본 텍스트를 읽는 경우는 ‘헤어질 결심’의 경우가 처음이었는데,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영화를 볼 때 두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이 마치 두 줄로 평행하게 놓인 돌다리를 걷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아무래도 텍스트로 접할 때는 그 돌다리가 더 튼튼하고 단단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또한 미묘하게 영화와 다른 부분이 있기도 하다. 편집하는 동안 바뀐 부분 같은데 이러한 부분을 비교해보면서 읽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박찬욱 감독이 (인터뷰에 따르면) 시간의 압박으로 인해 덜어냈던 부분을 보면서, 자세한 맥락을 더 볼 수도 있었다. 내가 보기엔 올드보이의 오마주로 보이는 장면도 꽤나 흥미로웠다. 덕분에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러한 부분이 다 영화에 담겼다면 더 완벽한 작품이었을거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러면 지루함을 느꼈을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영화가 2시간 반 정도였으니, 여전히 꽤나 긴 호흡의 영화였긴 했다. 다만 나는 헤어질 결심을 보면서 이런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영화를 보면서는 박찬욱 감독의 대단함을 느꼈다면, 각본집을 읽으면서는 정서경 작가의 대단함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이렇게 훌륭하게 영화화가 될 각본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다.  영화를 보고 감동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강력하게 읽을 것을 추천한다. 헤어질 결심의 감동이 물에 빠진 잉크 한 방울처럼 퍼지다가 서서히 희석되었을 때, 다시 다른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기분이었다. 

 
개인적 평점 : 4.5 (4.3) / 5.0

헤어질 결심 각본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