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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패스트 라이브즈 (Past Lives)

표본실 2024. 3. 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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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작품상, 각본상 두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고 왔다.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이고,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셀린 송 감독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꽤나 유명한 송능한 영화감독이라고 한다. 영화 속 이야기로 넘어오면, 초등학교 시절 나영과 해성은 친한 사이였지만, 나영의 가족은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되고 나영은 이름도 노라로 바꾸게 된다. 12년 뒤 그들은 화상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지만, 복잡한 이유로 다시 연락을 끊게 된다. 다시 또 다른 12년 뒤, 그들은 미국 뉴욕에서 만나게 되는데, 그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이다. 

 

전반적으로 주제 의식은 마음에 들었다. 인연을 소재로 하면서 애틋함과 울림을 남긴다. 20대 후반에서 40대 정도의 관객이거나, 이민자로서의 삶을 산 사람이라면 이러한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요소가 정말 이러한 주제의식에 대해 몰입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첫 번째로는 주연배우들의 한국어 실력이다. 그레타 리 배우가 연기한 노라는 한국어 실력이 아역 때에 비해 떨어진 것을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이민을 가서 영어만 쓰는 환경에 있으면 언어가 어색해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만 살았던 해성의 한국어 실력이 어색한 것은 정말 몰입을 해쳤다. 유태오 배우 역시 모국어가 한국어가 아닌 것으로 아는데, 그래서 이 부분이 매우 아쉬웠다. 

 

그래서 성인이 된 상황에서 두 주연이 한국어로 연기할 때마다 관객은 집중을 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영화를 봐야 하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이다. 반대로 영어로 연기하는 부분, 노라와 남편 아서가 대화하는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좋았다. 

 

그리고 영화의 특성상 20대 시절의 노라와 해성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그레타 리 배우와 유태오 배우가 연기한 것 역시 어색했다. 두 배우 모두 40대인데, 30대를 연기하는 것은 괜찮았지만, 20대를 연기하는 것은 매우 비주얼적으로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큰 약점이 두 가지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주제의식과 감정의 깊이이다. 영화는 인연을 소재로 해서, 사랑과 애정, 그리고 재회와 헤어짐에 대한 감정의 깊이를 정말 잘 보여준다. 남편의 존재 역시 이러한 부분을 뒷받침한다. 남편의 존재가 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고, 여운을 남기게 만들었다. 과거의 인연을 생각하는 사람을 만날 때 남편이 느낄 수 있는 감정, 그리고 외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배우자와 살 때의 감정을 정말 잘 묘사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아역 문승아 배우는 '비밀의 언덕'에서 굉장히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서도 나와서 반가웠다. 여기서도 꽤 괜찮은 연기를 짧게나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장기하가 유태오 배우의 친구 역으로 갑작스럽게 등장하는데, 굉장히 뜬금없어서 놀랐다. 역할에 대사도 거의 없어서 더욱 그랬다. 

 

본인이 어색한 한국어 연기를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다면 보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이에 따라 전반적으로 외국, 미국에서 호평을 받는 것과, 한국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평을 받는 것이 전적으로 이해가 되는 작품이었다. 

 

관람일 : 2024.03.06.

개인적 평점 3.5 (3.4) / 5.0

 

 

 

 
패스트 라이브즈
12살의 어느 날, '해성'의 인생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첫 사랑, '나영'. 12년 후, '나영'은 뉴욕에서 작가의 꿈을 안고 살아가다  SNS를 통해 우연히 어린시절 첫 사랑 '해성'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 한 번의 12년 후, 인연의 끈을 붙잡기 위해 용기 내어 뉴욕을 찾은 '해성'.  수많은 "만약"의 순간들이 스쳐가며, 끊어질 듯 이어져온 감정들이 다시 교차하게 되는데...우리는 서로에게 기억일까? 인연일까?<패스트 라이브즈>
평점
7.3 (2024.03.06 개봉)
감독
셀린 송
출연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마가로, 문승아, 임승민, 조조 T. 깁스, 크리스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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