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갓랜드'를 보고 왔다. '갓랜드'는 19세기 후반 덴마크의 젊은 신부가 아이슬란드로 가서 교회를 짓는 여정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19세기 후반에 찍은 것으로 발견된,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찍은 습식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정말 아름답고도 소름 끼치게 묘사한다. 같은 장소의 계절의 변화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 영화는 전반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대립, 종교와 인간의 관계, 덴마크의 아이슬란드 식민 지배 등의 주제를 담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보면, 영화에는 이렇게 여러 주제가 있는데, 그 주제가 마치 영화 속 대상들 처럼 자연에 빠져버린 느낌이 든다.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이 아이슬란드의 아름답고도 오싹한 풍광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 역시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느낌을 준다.
다소 모호하고 자연에 묻히는 듯한 주제의식이라고 보여지긴 하지만, 영화는 정말 오싹하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그러한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영화관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관에서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관람일 : 2024.03.05.
개인적 평점 : 4.0 (3.8) / 5.0
아래는 스포일러를 포함한다.
영화는 덴마크의 아이슬란드 식민 지배 상황을 보여준다. 덴마크에서 이주한 카를은 아이슬란드의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잘 짜여진 집에서 산다. 그의 집을 완성된 교회와 비교해 봐도 확실히 부유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슬란드 사람인 라그나르가 신부 루카스를 덴마크 악마라고 불렀을 수도 있다. 그리고 라그나르의 어머니는 일요일마다 교회에 갔다 오셨을 때, 교회에서 일요일에는 덴마크어만 사용하라고 해서 그 말을 따랐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 역시 전형적인 식민지 동화 정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루카스가 아이슬란드로 가는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다. 일부러 어려운 경로를 택한 루카스는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무리해서 움직이려다 통역사를 잃게 된다. 소통의 어려움이 심화된 상황에서, 추위와 피로누적으로 인한 건강 문제까지 겪으며 죽음의 경계를 스쳐지나오기도 한다. 아이슬란드 교회 건설 지역에 도착한 루카스는 종교적으로 신실해 보이지 않는데, 이는 종교적 시련을 이겨내지 못한 인간을 묘사하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종교 자체를 풍자하려는 코미디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죽음을 겪은 사람과 말이 자연 속에 묻혀가는 모습을, 그것도 시간의 변화로 반복해서 보여준다. 압도적인 자연을 보여주는 여러 씬 중에 포함되는 부분인데, 이러한 죽음을 보여주면서, 이 땅이야말로 신의 땅이고, 죽음과 삶은 결국 이 자연 속에서 이루어진다를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신의 뜻을 전하러 온 신부마저 죽어서 뼈가 되어서 썩어가는 것을 보여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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