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Review

<영화 리뷰> 메이 디셈버 (May December)

표본실 2024. 2. 2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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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기획전에서 ‘메이 디셈버’를 프리미어로 상영해줘서 보고 왔다. 개봉일은 3월 13일이라고 한다. 미국을 포함한 몇 국가에서는 이미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있다고 하니, 한국에서도 개봉이 좀 지나고 나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을수도 있겠다.

제목인 ‘메이 디셈버’의 뜻은 5월 - 12월인데, 5월과 12월의 여러 차이처럼 나이 차가 큰 커플을 의미하는 용어라고 한다. 30대의 나이에 13세 소년 조와 사랑에 빠져서 실형을 살고, 그 후에 그 소년과 가정을 이룬 여자 그레이스의 이야기이다. 찰스 멜튼이 조를 연기했고, 줄리안 무어가 그레이스를 연기했다. 나탈리 포트만은 이 부부를 다룬 영화의 배우 엘리자베스 역할로, 배우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부부의 집을 방문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품 속의 주연은 줄리안 무어, 나탈리 포트만, 찰스 멜튼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줄리안 무어와 찰리 멜튼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복잡할 수밖에 없는 심경을 가진 인물들의 내면을 훌륭하게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도 좋았지만, 기존 연기 경력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그렇게 차이가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사운드를 비롯한 연출이 약간 아쉬웠다. 음악이 작품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것은 맞는데, 그 리듬이 한두 박자씩 이른 느낌이어서 감정적으로 조금 앞서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영화는 여러 배경 설정들과 인물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 등으로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남겨둔다. 소재 자체가 매우 파격적인 면이 있어서 그 부분에 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조금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볼 필요는 있는 작품이었다.

관람일 : 2024.02.29
개인적 평점 : 4.0 (4.1) / 5.0




아래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한다.



작품에서 엘리자베스의 등장은 조와 그레이스, 특히 조에게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자신들의 사랑이 순수하고 진짜여야만 생활이 되는 주변의 압박감은 계속해서 조에게 최면을 걸었고, 엘리자베스가 등장하고 나서야 그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13살부터 그레이스와 사랑을 나눴던 조는 20여 년 여가 흐른 2015년 현재 나비를 키우고 있다. 나비는 엘리자베스가 방문할 때쯤 번데기가 되었고, 엘리자베스가 떠날 때쯤 나비가 되어 조가 그것을 날려 보내준다. 나비는 전형적으로 조를 상징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왔으면, 가상의 조도 그 나비처럼 날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레이스 역시 약간의 피해를 가진 자로 그려지지만, 그 부분에 대한 부분은 모호하다. 하지만 조를 가스라이팅해온 것만은 확실하게 보인다. 과거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조에게 ‘네가 리드했잖아.’라고 하는 모습은 결코 좋게 볼 수 없다. 당시의 조는 중학생이었다.

엘리자베스의 어머니는 교수이며, ‘인식론적 상대주의’에 관한 책을 썼다고 한다. 엘리자베스도 그런 느낌을 가지고 조와 그레이스의 부부를 찾아온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엘리자베스는 도덕적 회색지대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하고, 그레이스의 주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하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엘리자베스는 이렇게 다양한 관점에 열린 사람으로 그려지지만, 결국 기존의 편견을 강화하고, 조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어떻게 보면 인식론적 상대주의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도 있다. 어떤 관점으로도, 어떤 도덕적 회색 지대를 들이대더라도 좋게 볼 수는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엔딩은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스를 연기하는데, 유달리 더 유혹적인 말투를 사용했을 때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나오자 다시 찍자는 엘리자베스의 말로 마무리가 된다. 엘리자베스는 어떤 관점을 가지고 캐릭터를 연구했던지, 감독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던 거 같은 느낌을 주는데, 그래서 불편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찝찝하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의문을 던지고 내면의 갈등에 공감하게 하는 것이 이 영화가 의도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메이 디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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