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 2024.01.06 (이동진 평론가 GV)
개인적 평점 4.5 (4.4) / 5.0
01.10.에 영화 평점을 4.2 -> 4.4로 올렸다. 영화의 여운이 계속 떠오른다.
리뷰에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영화인 <노 베어스>를 봤다. 이후에 이동진 평론가의 GV를 들었고, 그 요약도 조만간 올릴 생각이다. 이란 영화를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자파르 파나히는 영화감독 자기 자신을 연기하며, 터키에서 찍는 영화를 이란의 국경 마을에서 원격으로 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다. 따라서 영화 속 영화가 있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터키에서 프랑스로 도피하려는 커플이 나온다. 그리고 파나히가 머물고 있는 이란 국경 마을에서도 도피하려는 연인이 나온다. 두 커플은 병렬적으로 도피를 희망하는데, 이 사이에서 파나히는 혼란과 압박을 느끼는 것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이다.
자파르 파나히는 이란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영화 제작을 금지당하기도 했는데, 그 다음에 보란 듯이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라는 작품을 내서 호평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투옥과 석방을 여러 번 당하기도 했다. 영화 속에 담긴 저항 정신이 잘 느껴지는 배경 설명이었다.
배경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영화는 여전히 좋은 영화이다. 영화는 인상적인 롱테이크씬으로 시작한다. 영화 속 영화는 터키에서 도피하려는 커플을 찍다가 컷을 외치면, 원격으로 영화를 감독하는 파나히가 등장한다. 그러다 인터넷 문제로 통화가 끊기게 되고, 연결을 다시 시도하기 위해 파나히가 동분서주하며 인터넷 연결기를 들고 다니는 모습으로 이란 국경 마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관객들이 이게 터키에서 찍는 영화구나, 이게 영화 메인 스토리구나라고 생각할 때쯤 사실 보던 장면은 영화 속 영화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오프닝 신부터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고, 영화에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영화에는 두 쌍의 연인이 병렬적으로 존재한다. 두 커플은 모두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커플들이다. 하지만 두 커플 모두, 도피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파나히의 선택이 이 커플들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당연히 파나히는 이로 인해 혼란함과 압박감을 느끼고, 갈등에 얽히기도 한다. 그 갈등을 해결하다가 누군가에게 속기도 하고,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를 속이기도 한다.
영화의 결말은 다소 암울하다. 파나히의 카메라 속에 피사체로서 들어갔던 두 커플은 모두 최악의 결과를 맞이한다. 이것까지 찍어야 하는가? 찍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영화의 마지막은 이제는 찍지 말아야 한다는 답을 내며 인상적으로 마무리된다.
결국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영화는 언제 찍어야하고 언제 찍지 말아야 하는가? 영화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 영화가 남긴 질문에 여운이 짙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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