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로메르 감독의 '해변의 폴린(원제 Pauline A La Plage, 영어 제목 Pauline at the Beach)'을 보았다. CGV 아트하우스 기획전에서 에릭 로메르 감독전을 해서 보게 되었다. 흔히 말해서 누벨바그 운동에 속하는 영화감독의 작품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왜 이렇게 유명한지,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들에 어떤 영향들을 미쳤는지 생각하게 될 만큼 좋은 작품이었다.
이번에 본 ’해변의 폴린’ 작품은 1983년 작품이고, 섬세한 감성으로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미묘함을 잘 나타내는 영화로 보인다. 여름 방학을 해변 별장에서 사촌 언니와 같이 보내게 된 15세 폴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촌 언니 마리옹은 매우 매력적인 여성으로서, 순수한 폴린과는 달리 많은 연애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리옹이 일방적으로 폴린을 가르치는 그림은 아니고, 마리옹 역시 인간관계에서 여러 갈등을 겪는데, 그 과정에 폴린도 휘말리게 되는 것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 흐름이다.
처음에는 다소 지루한 영화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여러 갈등이 연속되면서, 생각보다 자극적으로 재밌는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흔한 막장드라마처럼 의미 없이 전개된 것은 아니고, 그러면서 영화는 인간 사이의 관계, 사랑, 진실과 거짓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처음 장면과 대응되며, 사랑과 인간관계에 대해 깨닫는 시간으로서의 여름을 강조하기도 한다. 영화 시작 부분에 나온 ‘말이 많으면 화를 자초한다.’라는 격언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저절로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영상미가 매우 뛰어난 영화이다. 바캉스를 보내는 프랑스 사람들의 모습과, 해변 마을의 풍경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이 영화 이후에 수많은 영화가 여름 해변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하는데, 그것에 영향을 줄 만한 영화였다. 작년에 본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영화 ‘어파이어’ 관련 인터뷰가 생각나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페촐트 감독은 코로나 격리 중에 선물 받은 에릭 로메르 DVD를 보면서 ‘어파이어’ 제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작년에 어파이어에서 본 해변과 인간관계 등등에 대한 키워드가 여기서도 비슷하게 보이는 부분은 반가웠다. 이래서 고전 작품을 보는구나 싶기도 했다.
여러모로 여름에 보기 좋은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이번 여름이 다가옴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고전 작품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좋게 평가되는 고전 작품들을 더 찾아볼 생각이다.
관람일 : 2024.05.22.
개인적 평점 : 4.0 (4.1)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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