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키메라'를 봤다. 이탈리아에서 도굴을 하는 영국인 아르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사실 영국인이므로 이름은 아서일 가능성이 더 높겠지만, 영화의 배경은 이탈리아 이므로 모두가 그를 아르투라고 부른다.
다소 초현실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영화인데, 영화는 연출을 통해서 이러한 부분을 강화시킨다. 나는 영화에 대한 정보를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보러 갔기 때문에, 이러한 초현실적인 부분을 훨씬 더 크게 느끼면서 영화를 봤다. 특히 영화 제목과 관련된 '키메라' 부분을 보여줄 때 연출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삽입된 음악 역시 좋았는데, 전통적인 이탈리아 음악과 현대 음악이 적재적소에 삽입되어서 분위기를 잘 형성한다. 개인적으로 과거 배경의 영화에 현대 음악을 넣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 영화는 그게 굉장히 효과적이어서 좋게 느껴졌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 여운이 남을 수밖에 없고,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과연 영국에 살던 아르투, 아서는 어떤 일이 있어서 이탈리아에서 도굴을 하면서 생활하게 되었을까. 이탈리아어도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일을 겪었을까 생각하게 만들고,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는 그는 어떻게 되었는가 역시 궁금하게 만든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기차안에서의 장면들이 너무 좋았다. 자세한 것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쓰기에 애매하지만, 주제의식을 보여주면서 복선을 회수하는 것이 내 취향에 정말 잘 맞았다.
주연은 조쉬 오코너가 맡았는데, 연기를 매우 잘 했다고 생각한다. '챌린저스'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시대의 분위기를 둘 다 훌륭하게 연기한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두 배역 모두 꾀죄죄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말이다. 이 영화에서는 특히 주인공 아르투가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을 겪는 모습을 보여줘야했는데, 그 부분을 정말 잘 연기해서, 관객이 그 감정선을 충실히 따라갈 수 있게 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사랑과 상실, 기억과 추억, 그리고 과거의 유산에 대한 여러가지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금지된 영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남기기도 한다. 다소 위험한 주제의식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본인이 주장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정말 좋은 영화였다.
관람일 : 2024.05.21.
개인적 평점 : 4.0 (4.2)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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