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Review

<영화 리뷰> 중경삼림

표본실 2024. 2. 1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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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에서 왕가위 감독 기획전을 해서 ‘중경삼림 리마스터링’을 보고 왔다. 영화가 개봉한지 30년이 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30주년을 기념해서 조만간 다시 재개봉을 한다는 소식도 봤다. OTT에도 굉장히 많이 올라와 있는 작품이었는데, 나는 미루고 미루다가 이번 기획전을 통해서 보게 되었다. 굉장히 인상깊은 작품이었으며, 왜 유명한지 알게 되었다. 영화는 두 개의 사랑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의미가 있었다. 


(30년 된 영화라 이 말을 쓰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한다.)



첫 이야기는 신참 경찰과 마약밀매상의 이야기이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경찰은 우연히 마약 밀매상을 만나게 되는데, 별다른 대화나 교류없이 하룻밤을 같이 보내기만 한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갈 길을 가고, 추억으로만 남긴 채 다시 만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명확히 홍콩 반환과 관련된 은유를 담고 있음이 바로 이해된다. 작품에서 사랑의 유통기한을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히 홍콩 반환 기한을 은유하기도 하겠다.

두번째 이야기는 첫 이야기보다는 경력이 좀 쌓인 경찰과, 음식점 직원 페이와의 로맨스이다. 음식점 사장은 첫 이야기에서도 나오는데, 두 이야기를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실연으로 상처받은 경찰 663과 그를 짝사랑하는 페이가 나온다. 페이는 우연히 경찰의 집 열쇠를 얻게되고, 그의 부재 중에 그의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등 그의 집에 영향을 미친다. 이때 경찰은 집안 물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것은 그의 마음을 형상화한 느낌을 들게 한다. 결론적으로는 그녀와 경찰의 사랑은 미묘하게 미뤄지기만 한다. 


작품의 두 이야기 모두, 한 남자가 한 여자와의 이별을 경험한 뒤 새로운 여자에 대해 호감을 느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이루어지지 않은 이야기이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마치 그 시절의 사랑의 방법을 기록에 남긴 듯한 느낌도 든다. 삐삐는 확인을 한 후 다시 전화를 걸어야 연락이 확정된다. 편지도 확인을 하고 답장을 하거나 다른 연락을 취해야 연락이 확정된다. 한 번 만났던 사람들에게, 연락처를 제대로 남기지 않으면 연락은 이어지지 않는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연락의 방법을 통해 소통하는, 혹은 소통이 차단되는 것을 영화는 묘사한다. 

작품의 촬영 기법도 좋았다. 핸드헬드 카메라로 역동적이게 찍어낸 장면들도 좋았고, 필름 카메라로 잔상을 만들어낸 촬영 방식도 좋았다. 후자는 찾아보니 스텝 프린팅 기법이라고 하는데, 작품의 씬의 연속성이 잘 느껴졌다. 

작품은 내내 90년대의 홍콩을 훌륭하게 묘사한다. 지금도 세련되었다고 여겨지는데, 30년 전에 이 영화를 봤을 사람들은 어떤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1990년대에 태어나 2020년대를 사는 내내 홍콩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그 때의 향수가 느껴지게 하는 작품이었다. 지금의 홍콩은 영화의 배경과는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그 시절의 홍콩을 경험하지 못해서 아쉽다.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도 돌아오는 주간에 볼 예정인데, 기대가 된다. 


관람일 : 2024.02.18.
개인적 평점 4.5 (4.4) / 5.0

 
중경삼림
1994년 홍콩,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만우절의 이별 통보가 거짓말이길 바라며 술집을 찾은 경찰 223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술집에 들어온 금발머리의 마약밀매상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여자친구가 남긴 이별 편지를 외면하고 있는 경찰 663편지 속에 담긴 그의 아파트 열쇠를 손에 쥔 단골집 점원 페이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
평점
8.4 (1995.09.02 개봉)
감독
왕가위
출연
임청하, 양조위, 왕페이, 금성무, 주가령, 진금천, 황지명, 좌송승, 관리나, 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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