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Review

<영화 리뷰> 바튼 아카데미 (The Holdovers)

표본실 2024. 2. 1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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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바튼 아카데미'를 보고 왔다. 원제는 'The Holdovers'인데, 홀드오버스를 한국어 번역으로 하면 남겨진 것들, 남겨진 사람들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러한 방식으로 제목을 설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작품 내 학교 이름인 '바튼 아카데미'가 제목이 된 듯하다. '바튼 아카데미'는 크리스마스 연휴에 짧은 방학을 보내지 못해, 기숙학교에 남게 된 세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세 명은 처음에는 서로 그렇게 좋게 생각하지 않다가, 결국은 서로를 받아들이고 우정을 쌓게 된다. 어떻게 보면 다소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 내용의 전개가 탄탄했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좋은 영화였다.

작품 내 주요 배역은 세 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세 명 모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허넘(Hunnam) 선생님을 연기한 폴 지아마티는 이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작품의 배경은 1970년대 보스턴이다. 그런데 이 배경의 표현이 특이한 것이, 2023년에 개봉한 1970년대 영화와 같이 배경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그냥 1970년대의 영화가 그 시절을 묘사하는 것처럼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 내의 여러 요소들에도 그 시절 영화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또한 작은 요소요소마다 미국의 60년대에서 70년대로 넘어가는 디테일이 숨어있다. 나는 70년대의 미국에 대해서 아는 것도 그렇게 많진 않지만, 그 시절을 자세히 묘사하는 걸 보니 향수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작품 내에서 전혀 관계가 없던 외로운 세 명이 가까워지는 모습은 '대체 가족', '가변적인 가족'의 개념이 떠오르기도 했다. 작품 내의 인물들은 기존 가족의 질서에서는 결핍을 느끼고 있지만, 서로 의지하게 되면서 새롭게 정서적으로 의지할 곳을 찾았다. 그 모습이 꽤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에 맞게, 크리스마스나 설 연휴에 봤다면 더 재밌고 공감가게 갈만한 영화였을 거 같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여전히 좋은 영화였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관람일 : 2024.02.14. (CGV 용산아이파크몰 이동진 평론가, 김중혁 작가 GV)
개인적 평점 : 4.5 (4.3) / 5.0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방학 기간동안 남겨진 5명 중, 앵거스를 제외한 4명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마치 감독이, 지금까지는 빌드업이었고 이제부터 내가 할 이야기를 해볼게,라고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라진 한국인 캐릭터 예준도 한국인으로서 보기 좋았다.

앵거스와 메리와 허넘이 체리 쥬빌레를 급조해서 만드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마치 각자 외로웠던 이들이 지금의 가변적인 가족이 되었다는 것을 선언하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독은 가변적인 가족의 가치를 아름답게 전달한다.

작품은 지속적으로 계급간의 문제를 언급한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메리의 아들 커티스 램은 부자가 아니어서 참전을 했다. 허넘은 하버드에서 계급의 차이로 인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학교에 돌아왔다. 마치 하버드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해 모교인 바튼으로 되돌아온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앵거스는 학교에서 적응을 못했는데, 적응을 못하면 사관학교로 전학 갈 위기에 처한다. 작품의 시점을 고려했을 때 사관학교는 곧 참전을 의미한다. 결국 영화는 계급적으로 모두 상위 계층이 아닌 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상위 계급의 학교에서, 그 최상위 계급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느슨한 연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바튼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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