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Review

<영화 리뷰> 플랜 75

표본실 2024. 2. 1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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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 75’ 영화를 보고 왔다. 시놉시스부터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기대를 하고 봤다. 기대에 비해서는 약간 아쉬웠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부분이 있던 영화였다. 영화는 고령화 사회를 가장 먼저 경험한 나라인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7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자발적으로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정책 ‘플랜 75‘를 주요한 내용으로 다룬다.

영화는 플랜 75가 등장한 일본의 현실을 여러 등장인물들을 통해 다각적으로 보여주고, 이러한 정책이 생겼을 때 나올 수 있는 그림을 꽤나 잘 묘사한다. 영화에서 플랜 75를 이용하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빈민층이라는 점은 참 무섭다. 영화 내내 플랜 75를 진행하고 도와주는 직원들의 말투는 평소 일본인들의 스테레오타입처럼 상냥하고 친절한데, 그래서 영화는 설명하기 힘든 오싹함이 감돈다.

모든 배역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데, 나는 필리핀 노동자 배역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작품 내에서 가장 모두가 피할만할 일을 돈 때문에 하는 역할인데, 정말 시의적절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결국 가장 힘든 일은 외국인 노동자가 맡는 모습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마무리는 살짝 갑작스럽기도 하고 다소 밋밋하면서 아쉬운데, 생각해보면 그게 더 현실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영화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만들고, 그래서 그런지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 특별언급을 받기도 하였다. 고령화 측면에서 일본을 따라가고, 조만간 앞서갈지도 모르는 한국에 사는 사람 입장으로서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관람일 : 2024.02.15.
개인적 평점 : 3.5 (3.4) / 5.0




아래 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는 플랜 75가 생긴 다음에 7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부여되는 미묘한 압박감을 잘 보여준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가족도 없는 노인들은 의지할 곳을 찾기 어렵다. 영화 내에서 플랜 75를 선택하는 주요한 두 인물은 모두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다. 열심히 살아왔고, 쉬지않고 일해왔지만 기댈 곳이 없다는 이유로 죽음의 압박을 받는다. 기초 생활 수급을 신청하기도 눈치 보인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곳은 플랜 75를 설명하고 도와주는 직원들 뿐이다. 광고는 플랜 75로 선택하는 죽음을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마치 2차 세계대전에 가미가제가 떠올라서 지속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위에서 언급했던 필리핀 노동자 역시 인상깊었다. 안락사를 한 사람들을 거두고 화장하고, 유품을 정리하는 일은 누구나 피하고자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른 일본인 노인들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역할을 하게 된다. 마치 후쿠시마 원전 처리에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가게 된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다만 영화는 이러한 현실을 다소 피상적으로만 보여준다는 비판은 받을 수 있겠다. 비범한 배경설정에 비해, 논란을 피하고자인지 전반적으로 메세지를 다소 밋밋하게 연출한 부분이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은 맞다.


플랜 75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까운 미래의 일본.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 ‘플랜 75’를 발표한다. 명예퇴직 후 ’플랜 75’ 신청을 고민하는 78세 여성 ‘미치’가족의 신청서를 받은 ‘플랜 75’ 담당 시청 직원 ‘히로무’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랜 75’ 콜센터 직원 ‘요코’‘플랜 75’ 이용자의 유품을 처리하는 이주노동자 ‘마리아’‘플랜 75’의 세상,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평점
9.6 (2024.02.07 개봉)
감독
하야카와 치에
출연
바이쇼 치에코, 이소무라 하야토, 카와이 유미, 스테파니 아리안, 타카오 타카, 오오카타 히사코, 쿠시다 카즈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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