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2023.12.16. 1회차
개인적 평점 1.0(1.0)/5.0
보통 좋았던 영화를 위주로 리뷰를 작성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좋지 않았던 영화에 대해서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언더 유어 베드>는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으며, 일본에서는 2019년에 개봉한 영화를 원작으로 두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소재가 참신한 것 외에는 전부 아쉬웠다. 작품을 연출한 사부(Sabu, 예명인 듯하다.) 감독은 일본의 타란티노라는 말을 듣는다고 하는데, 그 정도인가 의문이 들었다. 외국 감독이 한국 배우들을 디렉팅 한 영화여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이지훈의 연기는 다소 괜찮았으나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는 어색함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인데, 영화를 보면 성적 요소와 폭력적 요소가 너무 많아서 과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회상 장면과 상상 장면이 너무 많은데, 이러한 장면들의 퀄리티가 좋지 않아서 보기에 쉽지 않았다. 또한 현실성 없는 장면 연출 역시 상당히 많은데, 그래서 영화를 끝까지 보는 것을 쉽지 않게 만들었다.
밑으로는 스포가 될 수 있는 내용이다.
줄거리부터 요약해 보자. 서른 살의 남자 주인공은 스무 살 때의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다. 우연히 첫사랑인 여자 주인공과 마주치지만, 여자는 남자 주인공을 기억하지 못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다시 강렬하게 끌리게 되고, 여자 주인공이 사는 지역에 수족관을 운영하게 된다. 그는 어릴 때부터 관상어인 네온구피를 기르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수족관까지 운영하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여자 주인공(이하 예은)은 남자 주인공이 운영하는 수족관에 구경을 하러 왔고, 남자 주인공(이하 지훈)은 흠집이 난 수조 세트를 공짜로 준다는 핑계로 그녀의 집에 방문하게 된다. 그때 지훈은 집 비밀번호를 외우고, 몰래 그녀의 집에 들어가 녹음기와 카메라를 설치하여 감시한다. 알고 보니 그녀는 남편에게 학대를 당하는 중이었다. 남편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을 심하게 당했는데, 그 폭력이 대물림 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훈은 그것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할 뿐 딱히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지훈은 관찰을 점점 더 대담해지며, 아예 예은의 집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침대 밑에 숨어서 예은과 그녀의 남편의 모든 것을 듣는 것도 일상이 된다.
결말 부분에는 예은이 막연하게 자신이 도청당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알게 되면서, 남편에게 학대를 심하게 당하던 도중 구해달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 마침 또 예은의 집 안에 있던 지훈이 예은의 집으로 들어와 예은의 남편에게 복수를 한다. 그리고 예은을 구해주고 그녀를 사실 감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한다. 하지만 예은의 남편은 죽지 않았다. 그 이후 경찰이 지훈을 감시와 도청, 예은의 남편에 대한 폭력 혐의로 체포한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예은이 대학시절 지훈의 존재를 깨닫고 그를 부르며 달려가지만, 체포당하는 지훈의 경찰차를 결국 쫓지 못하고 결말을 짓게 된다.
다음은 영화에 대한 후기이다. 관상어는 누가 봐도 예은의 비유이다. 지훈은 예은을 관상어를 관찰하듯이 관찰한다. 관상어는 말 그대로 관찰, 관상을 위해서 길러지는 물고기이고, 모든 생활이 관찰되는데, 이것은 예은을 관찰하는 것과 같다. 이 소재 자체는 자극적이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훈이 예은을 감시하는 방의 모습을 보면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연출하다 보니 영화에 남은 것이 없다는 느낌을 준다. 감시하는 방에는 10개가 넘는 모니터가 있는데, 거의 예은의 집의 모든 각도에 카메라가 있다. 도청장치까지 하면 열댓 개의 전자기기를 심어뒀다는 건데, ‘이 정도의 감시가 가능한 데 굳이 침대 밑에 들어가야 하는가?’ 의문이 관객에게 들게 한다. 작품의 제목이 ‘언더 유어 베드’라는 점에서 이 점은 치명적이다. 또한 모니터가 너무 많은 데 그 모니터에 학대당하는 예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띄워서 연출한 것은 영화를 자극적으로 만드는 역할 외에 다른 것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성적 요소와 폭력적 요소의 전시에 치우친 느낌이다.
작품에는 지훈의 수족관 단골손님이 추가적인 인물로 등장하는데, 그는 살인범이 되어 인터넷에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하지만 이 인물이 의미가 불분명한 것도 영화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마치 헤어질 결심에서 박정민이 연기한 홍산오 같은 느낌을 주는데, 그렇다기엔 살인범 지훈(주인공 지훈과 이름이 같다)의 살인을 하게 된 계기 등이 병렬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소 관객의 입장에서 다소 뜬금없이 다가온다.
주인공 지훈과, 예은의 남편은 형의 부재에서 심리적 아픔과 가정적 폭력을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어 감독은 이 요소들도 병렬로 두려고 의도한 것 같으나, 신체적 폭력의 대물림과, 무관심이 만든 집착이라는 점이 그렇게 병렬로 이어지지 않아, 형의 부재라는 소재가 지겨워지는 역할만 한 느낌이었다.
작품의 결말 부분에는 현실성이 너무나 떨어지기도 한다. 눈에 쇠구슬을 맞은 예은의 남편은 겨울 야산에 버려지는데, 며칠 뒤 살아있는 채로 발견된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살아있는 것이 발견된 순간 영화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또한 경찰이 등장하여 지훈의 아지트를 급습하는 장면 역시 이상했는데, 아무도 신고를 할 사람이 없는데 경찰이 바로 지훈의 아지트로 등장하는 것 역시 이해를 하기 어려웠다.
영화에는 전반적으로 회상 장면과 상상 장면이 많은데 그 퀄리티가 좋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예은에게 도청장치를 설치한 지훈은 매번 에어팟으로 그 소리를 들으며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는데, 그 상상 모습이 비교는 하기 어렵지만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의 감시와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해준의 감시는 시각적 이미지를 보면서 바로 앞에 있다는 상상이고, 여기서의 상상은 청각적 이미지를 들으면서 시각적 이미지의 상상을 더한 것인데, 전자는 작품을 보면서 바로 이해가 되는 반면, 후자는 순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서 이게 상상인가? 아니면 현실인가 고민하게 된다.
또한 과거 회상 장면 중에서는 지훈이 예은이 발레를 하는 모습을 꽤나 큰 카메라로 영상으로 찍는 장면이 나오고, 그때 찍었던 영상이나 사진은 지훈의 아지트에서 재생되거나, 인쇄되어 전시된다. 발레를 하는 모습을 찍기까지 했던 친구의 존재를 완전히 까먹는다? 이 역시 작품의 현실성을 낮추면서 도저히 몰입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상상 장면 중 가장 압권은 의사인 예은의 남편이 갑자기 진료 중 춤을 추는 장면인데, 이거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영화관 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 GV를 찾아보니 촬영 당일 갑자기 추가된 장면이라고 들었는데, 아무리 봐도 패착인 듯하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자극적이긴 하지만 나름 독창적 소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요소로 인해 그 자극성이 도드라지기만 했던 영화였다. 이러한 자극성 때문에 80~90년대의 한국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감상이라는 평도 많았다. 또한 현실감 없는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회상과 상상 장면으로 인해 몰입도를 낮추는 영화였다. 여러모로 2023년에 개봉할 영화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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