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
2023.12.20. 1회차
2023.12.21. 2회차
개인적 평점 4.5(4.4) / 5.0
2023년 12월 20일에 개봉한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핀란드 영화이다. 약자로 '사낙타'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현실적이고 미니멀리즘한 로맨스 영화라고 보면 될 듯하다. 영화 속의 특정 순간은 연극 같은 느낌도 주는데, 아마도 딱딱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기도 해서 그랬다고 생각한다. 영화 안의 유쾌한 블랙코미디는 나를 웃게 만들었고, 시크하지만 할 말은 하는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참 보기 좋았다. 기대보다 훨씬 좋았기에, 이렇게 리뷰를 쓰려고 한다.
밑으로는 스포가 될 수 있는 내용이다.
영화는 지속적으로 두 주인공의 일하는 장면을 묘사한다. 본 적도 없지만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이 키우는 개의 이름이 채플린일지도 모르겠다. 두 주인공이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모든 과정 사이사이에, 직장에서 일을 하고 직장과 집을 오가는 장면이 들어가 있다. 마치 실제 우리의 삶에도 사랑이 끼어들기에는 너무 많은 노동과 다른 것들이 이미 쌓여있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에 따라 프롤레타리아의 현실적 로맨스라고 칭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가는 영화다.
남자 주인공은 노동자의 숙소를 전전하다 하숙을 찾고, 여주인공과의 재회를 위해서 남의 옷을 빌리고, 병원에서 퇴원할 때도 간호사가 남는 옷을 주는 것을 받는다. 여자 주인공은 직장을 다시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배가 고픈 모습을 보여준다. 즉, 의식주가 완벽하게 보장이 되지 않은 두 주인공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랑을 할 수는 있다.
힘겨운 노동자들의 사랑이 마냥 밝기에는 어려우니 당연히 두 주인공 간의 감정 표현은 무뚝뚝하고 시크하지만, 자신의 마음은 분명하게 표현한다. 로맨스 코미디라기에는 여러모로 어둡고 시크하지만, 그 안의 사랑이라는 감정은 명확하다. 마치 동상에 걸린 손에 뜨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냉기가 도는 분위기에서 드는 순간의 따뜻함은 영화를 보고 나오는 나에게 웃음을 짓게 했다.
작품의 배경은 2024년인데, 묘하게 아날로그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에는 스마트폰이 나오지 않고, 여자 주인공은 라디오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그 라디오에서 들리는 뉴스는 여러 번이나 계속해서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작품의 사회 비판적 요소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사회 비판적 요소는 두 주인공의 직장을 잃는 과정에서도 묘사되고 있다.
작품 속 음악 역시 훌륭했다. 작품 속 음악은 많은 경우의 주인공들의 심리를 알려준다. 가라오케에서 나오는 음악, 주점에서 라디오에서 뉴스가 나올 때 나오는 음악의 가사는 작품의 줄거리를 설명해 주기도 하고, 주인공의 결심을 도와주기도 하는데, 특히 두 주인공의 재회를 유도하는 밴드의 노래가 가장 인상 깊고 듣기에도 좋았다.
연말에 예상치 못하게 좋은 영화를 만나서 정말 좋았다.
작품에 삽입된 음악의 라이브를 찾아보게 된다. 아래는 내가 언급한 작품 속 음악의 라이브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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