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6일에 있었던 이동진 평론가의 '노 베어스' GV를 CGV 용산아이파크몰 4관에서 보고 왔다. 훌륭한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한 해설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지난번 글과 마찬가지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전체 GV를 그대로 옮기는 것은 너무나도 오래 걸리고 유출 문제도 있기 때문에, 내 언어로 나름의 정리를 했다.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이란 영화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하고 가야 함
- 자파르 파나히는 이란에서 20년간 인터뷰가 금지된 사람
- 따라서 이 영화를 두고 자파르 파나히와 인터뷰를 한 사람은 없다
이란 영화가 주목 받은 것은 80년대 후반 정도부터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들이 이란 영화를 알림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애제자이기도 하고 조감독이었던 사람이 자파르 파나히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모흐센 마흐말바프 다음으로 이란 영화를 알린 대표 주자가 자파르 파나히
- 자파르 파나히의 데뷔작 <하얀 풍선>은 키아로스타미가 각본을 썼을 정도로 영향을 많이 받음.
- 키아로스타미의 영화 세계의 특징이 많이 보임. 두 번째 영화부터 자파르 파나히 영화의 특징 같은 것들이 보임
- <거울>같은 작품을 보면 자파르 파나히의 미학적 특징들을 드러내기 시작함
- 영화와 영화 안팎의 형식 자체를 영화에서 대비
- 픽션과 논픽션 사이의 경계에서 영화의 위치를 탐색한다거나 하는 것
- 두 번째 영화에서는 <노 베어스>에서처럼 영화를 안 찍겠다고 하는 배우가 나옴
세 번째 영화부터는 사회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영화를 찍게 됨
<서클>이라는 영화인데 여성이 처한 억압적인 현실을 비판한 영화
21세기로 넘어오면 감독의 수난이 시작됨
- 911 이후에 뉴욕 영화제 초청으로 미국에 왔는데 입국 거부 당한 적도 있었음
- 고국에 돌아가서도 사회 비판 의식으로 인해 수난이 시작됨
호메이니를 이은 이란의 종교 지도자 하메네이는 이란의 종교 지도자이자 독재자
이란은 현재 민주주의 지표나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 등이 거의 세계 최하위권
여기에 예술가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아쉬가르 파라디는 이란 체제 내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고 또는 자파르 파나히처럼 하는 것.
자파르 파나히는 이란 정부에 계속해서 저항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민주화 시위나, 의문사한 여학생의 추모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에 이란 정부는 6년형에 20년간 영화 제작 금지, 20년간 인터뷰 금지를 시켰다. 물론 이란 정부는 국제적 여론에 부담을 느껴서 6년형은 중간에 형집행정지를 시키긴 했다.
영화를 찍을 수 없는 가택연금 속에서도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작품을 만들어서, 케이크 속에 USB를 넣어서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용기 있는 감독이라는 점 때문에 이 영화가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고, 이것을 차치하더라도 <노 베어스>는 걸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작품의 배경
- 자파르 파나이는 이란과 터키 국경에 가까운 이란 마을에 와서 영화를 찍고 있는 상황.
- 영화의 중간에 아제르어가 나오는데 아제르어를 쓴다는 것은 이란의 주류 지역이 아니라는 의미
- 자파르 파나히의 어머니가 아제르어를 쓴다는 거 자체도 자파르 파나히의 혈통도 주류가 아니라는 것
영화의 첫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인데,
터키의 한 골목에서 어떤 커플이 찍히고 있으므로 관객들은 저 사람들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할 때쯤 다른 대상들을 찍고, 또 다른 대상들을 찍고, 그러다가 진짜 주인공을 찍는다. 굉장히 인공적이고 정교하면서 영화가 영화라는 것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찍는 것인데, 그 이후의 모든 영화적인 형식과 날카롭게 대조를 이루기 위해 이렇게 찍은 것이다. 이런 영화적인 형식은 기본적인 사회 비판적인 토대 속에서 지금의 주인공이 선택되었을 뿐이고, 이 사람을 주인공으로 들여다보는 순간 이런 비극이 내재하고 있었다는 걸 드러내는 방식
영화는 그 이후로 계속 진행이 되어서 감독이 원격으로 컷을 외치고 연결이 끊겨서 와이파이를 잡는 것까지 엄청나게 긴 롱테이크가 더 진행이 되는데, 그 안에서 드러나는 것은 우리가 보통 영화에 빠지는 순간, 영화의 인공적인 의식을 보여주고, 그것이 어떤 현실의 맥락 속에서 연출되고 있는지, 그리고 현실과 영화의 연결이 끊긴 것까지 보여주는 것이 영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4편의 영화의 실패를 보여주는 작품
1. 영화 속 영화로 등장한 영화
- 영화 속 영화에서는 박티아르와 자라의 실제 상황을 찍는 것과 같다.
- 이 두 사람의 상황은 자파르 파나히의 상황과 비슷하다.
- 첫 장면이 NG인 이유는 카메라가 찍어야 할 대상을 잘못 선택했기 때문에
- 이어지는 장면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배우들의 현실이 영화를 찍는 내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 영화를 찍어야 될 사람들이 압도적인 현실의 비극 앞에서 더 이상 영화를 찍을 수 없게 되는 것
- 그러므로 이 영화는 ‘카메라를 꺼’라고 말하는 순간 처참하게 실패했다.
추가적으로 이야기하면 이 영화는 떠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면서도 누구는 떠나고 누구는 내버려두고 사이의 딜레마가 계속해서 나오는 영화
2. 간바르가 찍은 약혼식 비디오
- 자파르 파나히는 자신을 도와주는 간바르에게 동네 약혼식 촬영을 부탁함
- 간단한 카메라 작동법을 알려주는데 버튼만 누르고 끄면 된다고 이야기함
- 자파르 파나히는 영화라는 것은 결국 언제 찍어야 하는지 언제 멈춰야 하는지를 아는 것
- 근데 간바르는 그걸 실수해서 동네 사람이 파나히에게 뭐라 하는 장면이 녹화됨
- 찍을 걸 찍지 않고 찍지 않은 걸 찍은 것
- 따라서 이것도 실패한 영화
간바르는 평소에 삽을 드는 사람인데 이번에만 카메라를 들었다는 것을 영화는 대조적으로 강조해서 보여줌. 삽과 카메라는 논픽션과 픽션의 관계로 볼 수 있다.
3. 마을 주민 앞에서 찍은 맹세식 장면
- 파나히가 자신이 무고하고 사진을 찍은 적이 없다고 맹세하는 장면을 찍겠다고 한 장면
- 파나히가 실제로 그 커플의 사진을 찍었는지 영화는 명확히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 찍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근거도 있고, 찍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근거도 있다.
- 어쨌든 마을에 그 부분으로 인해 갈등이 생겼는데
- 감독은 무언가를 찍은 것 뿐 아니라 찍지 않은 것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 여기서 이 마을은 이란 전체를 비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자파르 파나히가 내키지는 않지만 국경을 결국 넘지 않는 것처럼
- 이 갈등에 대해서도 결국 맹세식에 와서 마을의 전통을 내키지는 않지만 지켜준다.
여기서 노 베어스, 곰 때문에 같이 가야한다고 갑자기 멈춰 세운 마을 사람이 나중에는 곰이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그 사이에 맹세식에서 꼭 진실을 말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평화를 위해서는 거짓말도 괜찮다고 이야기함.
- 원래는 맹세식에 카메라를 찍지 않는데 자파르 파나히는 카메라에 찍겠다고 이야기 함
- 쿠란에 손을 얹는 것 대신 카메라를 찍는 다는 것이고
- 종교적 권위 대신 예술에 맹세를 하겠다는 의미
- 그러나 이에 분개한 야굽이 화를 내며 세 번째 영화도 실패하게 된다.
4. 이 영화 자체
마지막 영화는 우리가 보고 있었던 영화 그 자체.
영화의 마지막은 이란 마을의 커플이 죽으면서 마무리가 되는데, 첫 영화의 실패 장면과 비슷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파나히는 간바르가 가라는 길로 차를 달려서 곤경에서 빠져나오려 한다. 차를 몰던 파나히는 차를 세우고 생각에 잠기다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운다. 이 영화 전체를 하나로 본다면 이것은 명백한 영화의 실패를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영화의 첫 장면이 첫 번째 영화가 카메라가 찍는 대상을 잘못해서 NG가 난 것처럼, 마지막 영화에서는 떠나는 자파르 파나히를 찍으면 안 됐다. 그 일을 수습하려고 하고 있는 간바르를, 혹은 남아있는 사람들을 찍어야 했던 것. 자신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실수를 깨달은 자파르 파나히는 차를 세우게 된 것이다.
첫 두 영화는 자파르 파나히가 직접 찍은 게 아니기 때문에, 자파르 파나히는 첫 번째 영화부터 네 번째 영화까지 점점 영화에 대한 영향이 커진다고 볼 수도 있다. 영화에 나오는 두 커플은 둘 다 도망치려고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실패한다는 점에서 대응된다. 그리고 두 번째 영화와 세 번째 영화는 의식을 찍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성찰적인 측면도 있고, 영화와 현실과의 관계를 깊숙하게 탐색하는 영화. 그리고 영화에 대해 자파르 파나히가 깨달음을 얻은 영화로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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