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스크린 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관객의 의식과 무의식, 감정과 인지 속에서 완성되는 예술이다. 아무리 뛰어난 영화도 그것을 경험하는 관객 없이는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영화 이론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는 바로 이 관객의 경험, 즉 '스펙터이터십(spectatorship)'에 주목하는 것이다. 관객은 어떻게 영화를 경험하는가? 어떤 심리적, 인지적, 감정적 과정을 통해 영화와 관계를 맺는가? 시청각적 경험은 어떻게 의미와 쾌락을 생성하는가? 이번 장에서는 이런 질문들을 중심으로 관객 수용 이론의 다양한 관점을 살펴본다.
영화적 장치와 관객의 위치
장치 이론(Apparatus Theory)
1970년대 프랑스에서 발전한 장치 이론은 영화 경험의 물질적, 기술적, 이데올로기적 조건에 주목한다. 장-루이 보드리(Jean-Louis Baudry)와 크리스티앙 메츠(Christian Metz) 같은 이론가들은 영화 관람 상황 자체가 특정한 심리적 효과를 생산한다고 주장했다.
보드리에 따르면, 영화 관람은 마치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낸다. 어두운 극장, 움직일 수 없는 좌석, 관객 뒤에서 투사되는 빛, 스크린 위의 움직이는 그림자... 이런 조건들은 관객을 꿈과 유사한 퇴행적 심리 상태로 이끈다. 더구나 영화 카메라는 르네상스 원근법의 전통을 따라 중앙화된 시점을 제공함으로써, 관객에게 '전지적' 시각적 쾌락을 제공한다.
이런 장치는 관객에게 특정한 주체 위치를 부여한다. 관객은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특권적 위치에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영화적 재현에 종속된다. 메츠는 이를 '일차적 동일시'(카메라와의 동일시)와 '이차적 동일시'(캐릭터와의 동일시)의 이중 구조로 설명했다.
장치 이론은 영화 경험을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영화 장치는 단순한 기술적 도구가 아니라, 특정한 세계관과 주체성을 생산하는 이데올로기적 장치다. 이는 알튀세르(Louis Althusser)의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ISA) 개념과 연결된다. 영화는 관객을 '호명'하고, 특정한 주체 위치에 위치시킴으로써 지배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한다.
시각적 쾌락과 관음증
영화 경험의 핵심에는 시각적 쾌락이 있다. 메츠는 영화 관람이 기본적으로 관음증적(voyeuristic) 성격을 갖는다고 보았다. 관객은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쾌락을 경험한다. 스크린 속 인물들은 자신이 보여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며, 이는 관객에게 금지된 쾌락을 제공한다.
또한 영화는 물신적(fetishistic) 쾌락도 제공한다. 특히 클로즈업은 신체의 특정 부분을 강조하고 단편화함으로써, 프로이트가 말한 물신 형성과 유사한 시각적 쾌락을 만들어낸다. 영화 속 스타의 이미지는 종종 이런 물신적 특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런 시각적 쾌락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복잡한 권력 관계와 연결된다. 특히 페미니스트 영화 이론가들은 이런 시각적 쾌락이 젠더화된 방식으로 구조화됨을 지적했다. 로라 멀비의 '남성적 응시(male gaze)' 개념은 이런 비판의 대표적 예다. 영화의 시각적 쾌락은 남성 관객의 욕망을 중심으로 조직되며, 여성은 보여지는 객체로 위치한다는 것이다.
인지적 접근과 능동적 관객
장치 이론이 영화 경험의 이데올로기적, 무의식적 측면을 강조했다면, 1980년대 이후 발전한 인지주의적 접근은 관객의 능동적이고 의식적인 인지 과정에 주목한다.
인지주의 영화 이론
데이비드 보드웰(David Bordwell), 노엘 캐롤(Noël Carroll) 같은 학자들은 영화 관람이 단순한 수동적 환상이 아니라, 복잡한 인지적 활동임을 강조한다. 관객은 영화를 볼 때 지속적으로 가설을 세우고, 예측하고, 정보를 처리하고, 의미를 구성한다.
보드웰은 '내러티브 이해의 인지적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에 따르면,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스키마(schema)와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인지적 도구를 활용한다. 스키마는 이전 경험에서 형성된 지식 구조로, 관객이 영화의 내러티브와 스타일을 해석하는 틀을 제공한다. 휴리스틱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인지적 전략이다.
예를 들어, 관객은 '인물 스키마'를 통해 영화 속 캐릭터의 동기와 행동을 이해하고, '내러티브 스키마'를 통해 이야기의 전개를 예측한다. 또한 '상향식(bottom-up)' 처리와 '하향식(top-down)' 처리를 병행하며 영화를 이해한다. 상향식 처리는 개별 정보에서 시작해 전체 의미를 구성하는 방식이고, 하향식 처리는 전체적 가설이나 기대에서 시작해 세부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이다.
이런 인지적 접근은 관객을 수동적 위치에서 능동적 의미 구성자로 재정립한다. 관객은 영화적 장치에 의해 일방적으로 위치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영화 텍스트와 상호작용하며 의미를 만들어낸다.
영화와 정서
인지주의 영화 이론은 또한 영화가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반응에도 주목한다. 노엘 캐롤은 호러 영화가 공포와 혐오를 유발하는 인지적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호러 영화의 괴물은 '범주적 위반(category violation)'—순수/불순, 살아있음/죽음, 자연/비자연 같은 문화적 범주의 경계를 위반하는 존재—을 통해 관객에게 불안과 공포를 일으킨다.
에드 탄(Ed Tan)은 '관심의 정서(emotion of interest)'와 '허구 정서(fiction emotion)'를 구분했다. 관심의 정서는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에서 발생하는 인지적 호기심과 관련된다. 허구 정서는 영화 속 사건과 인물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다. 관객은 이 두 가지 정서를 동시에 경험하며, 때로는 이들 사이에 긴장이 발생하기도 한다.
칼 플랜팅가(Carl Plantinga)는 영화가 '정서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감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관객은 영화 속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상상적으로 체험함으로써 정서적 반응을 경험한다. 클로즈업이나 시점 쇼트 같은 영화적 기법은 이런 공감적 시뮬레이션을 촉진한다.
인지 내러톨로지
인지 내러톨로지(cognitive narratology)는 내러티브 이해의 인지적 과정을 연구하는 분야다. 이 접근은 영화 내러티브가 어떻게 관객의 인지적, 정서적 참여를 유도하는지 분석한다.
만프레드 얀(Manfred Jahn)은 '프레임 이론'을 영화 내러티브 이해에 적용했다. 프레임은 특정 상황이나 사건을 해석하는 데 사용되는 지식 구조다. 관객은 다양한 프레임(예: '사랑 이야기', '범죄 수사', '영웅의 여정' 등)을 활용해 영화 내러티브를 이해한다.
모니카 플루더닉(Monika Fludernik)은 '자연적 내러톨로지(natural narratology)'를 제안했다. 이 접근은 일상적 경험과 구어적 서사가 복잡한 문학적, 영화적 내러티브 이해의 기초가 된다고 본다. 관객은 기본적인 체험적 프레임(experiential frames)을 통해 다양한 내러티브를 이해한다.
문화적 맥락과 관객의 다양성
인지주의적 접근이 보편적인 인지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문화연구와 수용 이론은 관객 경험의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강조한다.
문화 연구와 능동적 수용
스튜어트 홀(Stuart Hall)의 '인코딩/디코딩' 모델은 미디어 메시지의 생산과 수용을 권력 관계의 맥락에서 이해한다. 홀에 따르면, 텍스트는 특정한 '선호적 의미(preferred meaning)'로 인코딩되지만, 관객은 세 가지 방식으로 이를 디코딩할 수 있다: '우세적(dominant)' 해독(제작자의 의도대로 해석), '협상적(negotiated)' 해독(부분적으로 수용하되 자신의 경험에 맞게 조정), '대항적(oppositional)' 해독(지배적 의미에 저항하며 대안적 해석 제시).
이 모델은 영화 수용에도 적용될 수 있다. 관객은 단순히 영화의 '메시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위치, 문화적 배경, 정치적 신념에 따라 능동적으로 의미를 재구성한다.
재닛 스테이거(Janet Staiger)는 이런 관점에서 영화 수용의 역사적 연구를 발전시켰다. 그녀는 단일한 '이상적 관객'이 아니라,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위치한 실제 관객들의 수용 방식을 연구했다. 예를 들어, <사이코>나 <대부> 같은 영화가 개봉 당시와 현재 어떻게 다르게 받아들여지는지, 또는 다른 문화권에서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는지를 분석했다.
팬덤과 참여 문화
문화연구의 또 다른 중요한 흐름은 팬덤(fandom)과 참여 문화(participatory culture)에 대한 관심이다.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는 팬들이 어떻게 미디어 텍스트를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변형하고, 확장하는지 연구했다.
팬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텍스추얼 밀렵꾼(textual poachers)'으로, 기존 미디어에서 자신이 원하는 요소를 취하고 재해석한다. 팬픽션, 팬아트, 코스프레, 팬더빙 등의 활동은 원작에 대한 창조적 참여이자 때로는 대안적 해석이나 비판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이런 참여 문화가 더욱 활발해졌다. 소셜 미디어, 유튜브, 팬 커뮤니티 등을 통해 관객들은 영화에 대한 자신의 해석과 변형을 공유하고, 때로는 제작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관객과 제작자 사이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초국적 관객과 문화적 번역
글로벌화된 영화 산업에서는 '초국적 관객(transnational audience)'의 개념이 중요해졌다. 영화는 다양한 문화적, 언어적 맥락에서 소비되며, 이 과정에서 복잡한 '문화적 번역'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 영화가 아시아 시장에서 어떻게 수용되는지, 혹은 아시아 영화가 서구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는 단순한 텍스트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아르준 아파두라이(Arjun Appadurai)의 '글로벌 문화 흐름(global cultural flows)' 개념은 이런 복잡한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이데오스케이프(ideoscape), 미디어스케이프(mediascape), 테크노스케이프(technoscape), 파이낸스케이프(financescape), 에스노스케이프(ethnoscape)라는 다섯 가지 차원에서 문화적 흐름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영화는 이런 다양한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디지털 시대의 관객성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영화 관람 경험과 관객의 위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관람 환경
전통적인 영화관 경험은 이제 다양한 스크린과 플랫폼으로 확장되었다. 텔레비전,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영화 관람의 물질적, 심리적 조건을 변화시킨다.
영화관의 어둠, 대형 스크린, 공동 관람의 경험은 몰입과 집중을 유도하는 특별한 조건을 만들어냈다. 반면 가정이나 이동 중에 작은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 경험은 다른 형태의 관람자-텍스트 관계를 만들어낸다. 주의력이 분산되기 쉽고, 다른 활동과 병행되며, 중단과 재개가 자유롭다.
프란체스코 카세티(Francesco Casetti)는 이런 변화를 '영화 경험의 재배치(relocation)'로 개념화했다. 전통적 영화 경험의 핵심 요소들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변형되고 재구성되는지 분석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도 영화적 경험의 본질적 특성—이미지의 흐름, 허구적 세계에의 몰입, 시청각적 쾌락 등—은 여전히 유지된다.
상호작용성과 참여
디지털 기술은 관객의 참여와 상호작용 가능성을 확장시켰다. 인터랙티브 영화, VR 영화, 증강현실 경험 등은 전통적인 영화의 선형적, 고정적 특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넷플릭스의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나 <언차티드> 같은 인터랙티브 영화는 관객이 내러티브의 전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형태의 영화는 관객의 위치를 수동적 관찰자에서 적극적 참여자로 변화시킨다.
VR 영화는 이런 변화를 더욱 급진적으로 밀어붙인다. 관객은 360도 환경 속에 완전히 몰입되어, 자유롭게 시선을 이동할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영화의 프레이밍과 시점 구성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관객은 더 이상 감독이 결정한 시각적 정보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신의 시각 경험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변화는 영화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전통적인 영화의 핵심적 특성—프레이밍, 편집, 시점 구성 등—이 변형되거나 사라질 때,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미디어 형태로 보아야 하는가?
알고리즘과 큐레이션
디지털 플랫폼의 부상은 영화 선택과 소비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을 통해 관객의 취향을 분석하고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런 알고리즘적 큐레이션은 관객과 텍스트 사이에 새로운 매개 층위를 도입한다. 관객은 더 이상 직접적으로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제안하는 옵션 중에서 선택한다. 이는 관객의 자율성과 우연한 발견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또한 알고리즘은 관객의 기존 취향을 강화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다양하고 도전적인 영화 경험보다 안전하고 친숙한 선택을 장려할 위험이 있다.
한편으로 알고리즘은 관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영화 제작과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친다.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는 시청자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기획된 대표적인 예다. 이는 전통적인 '작가-텍스트-관객'의 관계를 '데이터-알고리즘-콘텐츠-사용자-데이터'라는 순환적 관계로 재구성한다.
신경영화학과 체현적 관객
최근에는 신경과학과 인지과학의 발전을 바탕으로, 영화 경험의 신체적, 감각적 차원에 주목하는 '신경영화학(neurocinematic)' 또는 '체현적 영화 이론(embodied film theory)'이 발전하고 있다.
거울 뉴런과 영화적 공감
신경과학의 '거울 뉴런(mirror neuron)' 발견은 영화적 공감의 신경학적 기초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거울 뉴런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할 때, 마치 우리 자신이 그 행동을 수행하는 것처럼 활성화되는 뉴런이다.
이 발견은 영화 속 인물의 행동과 감정에 대한 관객의 강렬한 반응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관객은 스크린 위의 인물이 뛰고, 춤추고, 웃고, 울 때 유사한 신경 활동을 경험한다. 이는 영화 경험의 신체적 차원을 강조한다.
빅토리아 갈레세(Vittorio Gallese)와 미셸 게라(Michele Guerra)는 이런 관점에서 '체현된 시뮬레이션(embodied simulation)'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영화 관람은 단순한 지적 해석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행동과 감정을 신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감각적 영화 경험
로라 막스(Laura Marks)와 비비안 소브책(Vivian Sobchack) 같은 학자들은 영화 경험의 촉각적, 다감각적 측면을 강조한다. 막스는 '촉각적 시각성(haptic visuality)' 개념을 통해, 영화가 어떻게 시각을 넘어 촉각, 후각, 미각 같은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지 분석했다.
소브책은 현상학적 접근을 통해 영화 경험이 본질적으로 신체적임을 강조했다. 그녀에 따르면, 우리는 '눈'만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신체를 통해 영화를 경험한다. 영화는 우리의 신체 기억, 감각 경험, 운동 감각을 활성화시킨다.
이런 관점은 특히 액션 영화, 공포 영화, 스릴러 같이 강렬한 신체적 반응을 유발하는 장르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이런 영화들은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신체에 직접 작용하며 아드레날린, 심장 박동 증가, 근육 긴장 같은 실제적 신체 반응을 유발한다.
정서의 신경학
패트릭 콜름-호건(Patrick Colm Hogan)은 인지 신경과학과 내러티브 이론을 결합해 영화가 어떻게 정서적 반응을 유발하는지 연구했다. 그에 따르면, 영화 내러티브는 기본적인 정서 시스템(공포, 분노, 슬픔, 기쁨 등)과 원형적 내러티브 패턴(로맨스, 영웅적 모험, 희생 등)에 기반한다.
영화는 이런 기본 정서 시스템을 활성화시키고, 문화적으로 형성된 내러티브 패턴을 통해 복잡한 정서적 경험을 구성한다. 예를 들어, 로맨틱 코미디는 매력-좌절-성취라는 로맨스 원형을 따르며, 이는 기쁨-슬픔-더 큰 기쁨이라는 정서적 패턴을 만들어낸다.
이런 접근은 왜 특정 내러티브 패턴이 문화와 시대를 초월해 효과적인지, 또 어떻게 영화가 보편적 정서 반응과 문화 특수적 의미를 동시에 생성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론: 다중적, 유동적 관객성을 향하여
영화 관객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접근들은 각각 관객 경험의 다른 측면을 조명한다. 장치 이론은 영화 관람의 물질적, 이데올로기적 조건을, 인지주의 이론은 의미 구성의 능동적 과정을, 문화 연구는 수용의 사회적, 맥락적 차원을, 신경영화학은 신체적, 감각적 경험을 강조한다. 이런 다양한 접근은 서로 배타적이라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이다. 관객 경험의 복잡성과 다층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다양한 관점을 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관객성은 더 이상 단일하고 고정된 개념으로 이해될 수 없다. 관객은 영화관에서, 집에서, 이동 중에, 다양한 스크린과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경험한다. 때로는 수동적 관찰자로, 때로는 능동적 참여자로, 때로는 비판적 해석자로 영화와 관계를 맺는다. 이런 다중적, 유동적 관객성은 영화 경험을 더욱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든다.
영화 이론의 과제는 이런 복잡한 관객 경험을 포착하고 설명하는 새로운 개념과 방법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기술적, 산업적, 문화적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영화 경험의 본질적 특성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일이다. 관객은 계속해서 변화하지만, 영화가 제공하는 시청각적 몰입, 정서적 공명, 상상적 동일시의 기본적 경험은 지속된다.
궁극적으로 영화와 관객의 관계는 일방향적이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적이고 역동적인 과정이다. 영화는 관객의 지각, 인지, 감정을 형성하지만, 동시에 관객 역시 자신의 경험, 지식, 기대를 통해 영화의 의미를 능동적으로 구성한다. 이런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영화 이론과 비평의 핵심 과제다.
영화 관람 경험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오락을 넘어, 우리가 세계와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다른 삶과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새로운 관점과 가능성을 상상한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 관람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세계와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복잡한 문화적, 심리적, 사회적 실천이다.
결국 영화 이론에서 관객을 연구한다는 것은 인간의 인식, 감정, 상상력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려는 시도다. 관객은 수동적 수용자도, 완전히 자율적인 해석자도 아닌, 복잡한 사회적, 심리적, 신체적 조건 속에서 영화와 상호작용하는 주체다. 이런 복잡한 관객성에 대한 이해는 영화의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미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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