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Review

<영화 리뷰> 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

표본실 2025. 1. 3. 22:57
반응형

 

2023년에 있었던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심사위원 대상), 2024년에 있었던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국제영화상, 음향상을 수상한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의 리뷰를 이제서야 작성하게 된다. 개봉 시점 근처에 봤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리뷰를 다시 작성하게 된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이 연출했는데, 개인적으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작품은 처음이었다.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기에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는 매우 훌륭한 작품이었다. 전반적으로 사운드가 중요한 작품이라고 들어서, 메가박스 성수에 있는 Dolby Atmos관에서 보았다. 크레딧을 살펴봤을 때 돌비 애트모스 믹싱이 된 것은 아닌 거 같았는데, 그래도 사운드가 좋은 관에서 보니 매우 만족스러웠다. 전반적으로 사운드가 좋은 관에서 보기를 추천하게 되는 영화 구성이었다.

 

  영화의 음향 설계는 단순히 환경음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분위기와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운드가 관객의 몰입을 이끄는 중요한 장치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영화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의 관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 관사의 주인인 루돌프 회스는 실제 인물이다. 실제로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의 초대 소장으로 악명 높은 인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에 관련한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소설이 있었고, 이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영화가 바로 이번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사운드가 중요한 이유는, 시종일관 영화의 이미지와 사운드가 충돌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영화의 전개가 대강 예상이 갈 것이다. 예상에 걸맞게 영화는 잔혹한 현실은 벽으로 가려서 소리만 들려주고, 일상적인 삶을 이미지로 보여주면서 대조시키는데, 이 부분을 정말 잘 표현했다. 이러한 대조적 연출로 영화에 긴장감을 부여하며, 실제 수용소 옆 관사의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회스를 제외하면 실제 관사에서 사는 회스의 가족들의 삶은 실제로 수용소 안은 들어가지 못하고, 소리와 연기로 수용소의 삶을 유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비슷한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 인간의 심리적 경계와 무감각함이 얼마나 쉽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체감하게 된다.

 

  악의 평범성이나 인간의 무관심과 잔인함 등의 주제는 이 영화를 보고 누구나 떠올릴 키워드일 것이다. 홀로코스트와 관련해서 이러한 부분은 언제나 상기되어야 할 부분이고, 앞으로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이러한 메시지가 오랜 시간 머릿속에 남아, 영화의 예술적 가치뿐 아니라 윤리적 가치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주연들의 연기가 매우 좋고, 그중에서도 산드라 휠러의 연기가 매우 훌륭하다. '추락의 해부'에서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그녀의 세밀한 표정 연기와 긴장된 상황에서의 몰입감은 단순히 역할을 연기하는 수준을 넘어 관객에게 진정성을 전달한다. 그녀의 연기는 영화의 무거운 주제와 미묘한 인간 심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아래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한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무래도 엔딩 장면이다. 엔딩 장면에 회스는 구역질을 한다. 회스의 헛구역질 다음으로 이어지는 현대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전시관을 청소하는 부분이 영화에서 정말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회스의 마지막 인간성이 발현된 부분이라는 부분이 첫 번째로 느껴졌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영화를 찍은 감독과 우리가 봤을 때, 그 순간의 회스가 이러한 죄의식이라도 느꼈길 바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적외선 카메라?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부분 역시 좋았다. 불이 꺼지고 나서 열화상 카메라로 몰래 수용소 근처에 사과를 가져다 두는 장면이 나오고, 이 폴란드 소녀는 다음 장면에서 수용소에 있던 악보를 들고 와서 피아노를 친다. 이 부분은 실제로 있었던 일화를 각색한 것이라고 한다. 어둠이 왔을 때, 진정한 희망이 등장하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 이러한 연출은 단순히 희망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인류애와 연대의 가능성을 상기시키는 장면으로 여겨졌다.

 

  사실 영화의 초중반부에는 너무 영상미가 훌륭한 것이 이질감이 들어서 아무리 대조를 위한 것이더라도, 윤리적으로 이게 맞는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엔딩 신을 보고 나서는 이것이 비극을 강조하는 좋은 방법이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실제 아우슈비츠의 건물 상태도 신축이었기 때문에, 영화 속 건물들처럼 깔끔한 모습이었다고 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러한 연출은 당시의 비극이 단순히 역사 속의 오래된 일이 아니라, 여전히 현대 사회와 연결된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일깨운다. 결론적으로,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영화라는 매체가 전달할 수 있는 예술성과 윤리적 메시지의 조화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연출, 사운드, 연기 모두가 하나의 완결된 메시지를 향해 나아가며,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한 관람을 넘어선 깊은 사유와 감정을 경험하게 한다.

 

 

관람일 : 2024.06.05. 
개인적 평점 : 4.5 (4.6) / 5.0

728x90
반응형